지난해 신용도가 낮은 중·저신용자의 대출 원리금 상환 능력이 나빠지면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연체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3곳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분기 말(106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한 2915억9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연체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1062억원대 ▲2분기 말 1392억원, ▲3분기 말 1860억원, ▲4분기 말 2916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토스뱅크의 연체 대출이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작년 말 토스뱅크의 1개월 이상 연체 대출은 619억원으로, 1분기 말(11억원)보다 56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5배 늘어 920억원, 카카오뱅크는 2배 늘어 1377억원이었다.
인터넷은행의 여신 규모 자체가 꾸준히 성장해 이에 비례해 연체 대출 증가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신생 은행으로서 2022년 1분기 대비 3분기에 대출규모가 4배 가량 증가했고, 중저신용자 포용 비중도 40%대로 가장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영업 1년 차에 연체율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면서 “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하고 원리금균등상환 대출 만기연장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포용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해왔다. 이에 인터넷은행은 당국과 약속한 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우량한 중·저신용자에게 금리를 높여서라도 대출해왔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했고, 그 영향으로 인터넷은행의 건전성 우려도 커졌다. 실제 주요 은행 건전성 관리 지표인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비율이 악화 추세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0.49%로, 1분기 말 대비 0.23%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36%로, 같은 기간 0.11%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3분기 말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67%로, 1분기 말보다 0.19%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2%포인트 상승한 0.76%였다. 토스뱅크의 작년 3분기 말 연체율은 1분기 말보다 0.26%포인트 오른 0.30%,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9%포인트 오른 0.23%였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작년 4분기 말 기준 연체율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는데, 3분기 말 기준으로 연체율은 3곳 중 케이뱅크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리스크 관리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저신용 대출을 늘리면서 연체율이 일정 수준 상승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중·저신용 대출 확대를 지속하면서도, 대안정보 활용 확대 등 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해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권 연체율 상승 추이를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최근 금융권 연체율 상승 추이를 정밀 분석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선제적인 지원과 건전성 확보를 위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사들이 평상시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충당금과 자본 비율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