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이후 은행권이 3년간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계획을 내놓았지만 ‘부풀리기’ 논란이 제기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3년 후 금송아지보다 지금 당장 우리 손에 물 한 모금을 달라는 니즈(needs·수요)가 있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지원책을 강조했다.

은행들은 금융소비자가 직접적으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금리 인하다. 대출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를 기록했는데,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21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했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내려왔다. 우리은행은 21일부터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다.

채용 규모 확대도 있다. 은행권은 10조원 규모의 사회 환원책을 내놓은 지 5일 만인 지난 20일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금리 인상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지만, 청년층 신규 채용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전년 대비 48% 증가한 2288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신규채용 규모는 2018년 무렵까지만 해도 연간 3000명 수준에 육박했으나, 2020~2021년쯤엔 1000여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러스트=손민균

그러나 은행권은 다소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앞서 이미 여러 차례 금리를 인하해온 데다가 사회공헌 계획 역시 발표했지만, 당국과 여론이 불만족을 계속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추가 대책은 내놓겠지만,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아 속상하다”면서 “내부에선 이젠 무엇을 더 내놓아야 하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앞으로 은행별로도 당국이 원하는 더 실효성 있는 사회 공헌이나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내놓는 모습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지난 19일 노사공동기금을 조성해 금융취약계층에 난방비 등 에너지 생활비 3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서민금융상품 이용자, 고금리 취약 차주 등 금융취약계층 고객 15만명을 선정해 현금으로 에너지 생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이 미흡하다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사회 환원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보증 배수 효과를 통한 대출 증가액으로, 은행들이 실제로 투입하는 돈은 78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도한 부풀리기’라는 지적과 함께 비판 여론이 오히려 커졌다.

이 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본질과 어긋나 있다는 측면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6일엔 “은행권이 협회 차원에서 발표하는 사회공헌 내용이 단체로 포장되면서 은행 간 경쟁적 측면이 조성되지 않는 면이 있다”면서 개별 은행들의 사회공헌 노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