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법인과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투자 규제 완화를 앞두고 가상자산업계가 새로 인증 제도를 획득하거나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선 기관 및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투자 길이 막혀 있다. 그러나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가상자산 산업의 부흥을 위해 정치권이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5일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한 블록체인 관련 업체가 기관 및 법인 투자 관련 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관련 인증 제도를 마련하는 등 법인 투자를 받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코빗은 지난 8일 글로벌 기준에 따른 고객사 재무 보고 관련 내부통제에 대한 인증인 SOC 1의 1단계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SOC 인증은 기업의 안정적인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해 회사의 내부통제 적절성을 평가하고 확인하는 제도다. 인증은 독립된 감사인이 미국 공인회계사회(AICPA) 및 국제감사 인증기준 위원회(IAASB)가 제정한 인증업무 기준에 따라 자금 세탁 위험성 등을 평가한 후 받게 된다. 코빗은 이번 제도 마련을 통해 법인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코빗 관계자는 “이번 인증을 통해 법인 고객의 신뢰를 더욱 높이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했다.

디지털자산 기반 자산운용기업인 웨이브릿지도 법인 고객을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앱)을 올해 안으로 출시한다. 구체적으로 기관 투자자를 위해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자산을 관리·운용하고 위험 관리 등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획 중에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 투자로는 업계 성장에 한계가 있기에, 법인 투자 및 관련 상품 등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다. 또한 법인 및 기업이 개인 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점도 업계로서는 매력적인 부분이다.

지난 1월 30일 국회의원 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5차 민·당·정 정책간담회와 2023년 첫 디지털자산특위 회의가 열렸다. /이정수 기자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는 법인 및 기관 투자를 허용해달라고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 왔다. 다만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당국에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해 루나-테라 코인이 일주일이 안 되는 기간에 가격이 99% 폭락하는 등 가상자산은 가치 변동성이 높아 법인 투자를 허용하게 되면 시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법인이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을 세탁할 우려도 제기되며 법인 투자를 실질적으로 금지해왔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우회로를 찾아왔다. 대표적인 업체가 바로 하이퍼리즘이다. 하이퍼리즘은 벤처캐피털(VC), 가상자산 회사 등 법인을 대상으로 자금을 위탁받아 매매하는 사업을 운용 중에 있다. 다만 하이퍼리즘은 일본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위험이 있다.

법인 투자 허용에 대한 가능성은 열린 상태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한 정부 쪽 인사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이 법인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다. 업계에서는 법인 투자를 허용하게 되면 그에 따른 경제적 이익도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코빗 리서치 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 및 기관 투자를 허용하게 되면 46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법인 및 기관 투자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인 투자는 현행법상 명시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전문 법률사무소 디센트의 홍푸른 대표 변호사는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정 요건만 갖추면 법인도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며 “만일 법인 투자가 허용되게 된다면 시장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해 경제에 활기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