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시내 은행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모습. /뉴스1

은행권 신규 대출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금리에 따른 은행의 ‘돈 잔치’를 정면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또 15일 발표되는 변동형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각각 ▲변동형 주담대 연 4.86~6.40% ▲전세대출 4.30~6.50% ▲신용대출 5.22~6.48%다. 이는 지난달 15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연 4.71~7.41% ▲전세대출 4.45~6.65% ▲신용대출 5.45~6.91%인 것을 고려하면, 변동형 대출금리 상단이 각각 1.01%포인트, 0.15%포인트, 0.4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변동형 대출금리가 하락한 데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4.29%로 전월(4.34%)보다 0.05%포인트 떨어졌다. 신규 코픽스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2월 1.64%로 전월(1.69%)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이후 11개월 만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신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하게 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으로, 변동 폭만큼 변동형 대출상품의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대출금리는 계속해서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이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 고금리로 국민의 고통이 크다”며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은행의 공공성을 이유로 차주 지원을 요구하는 정부의 압박 강도가 강해진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뉴스1

은행연합회가 오는 15일 공시하는 1월 코픽스 지수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커, 16일부터 변동형 대출상품의 금리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연초부터 수신금리와 은행채 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한 만큼 1월 코픽스 내림 폭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35~3.62% 기록했다. 5대 은행 대표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4.98%로 정점을 찍었으나 3개월 새 1.36%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채권금리 역시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7일 5.107%에서 지난 10일 3.598%까지 하락했다.

다만 은행권 대출금리는 하반기부터 다시 상승 전환할 수 있다. 자금 경색을 풀기 위해 금융당국이 95.2%로 완화해줬던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6월에 종료된다. 은행권이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수신금리를 올리거나 은행채 발행량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지도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25∼4.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올리며 두 나라의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로 벌어졌다. 또 지난달 기준 물가상승률은 5.2%를 기록하며 한은 목표치인 2%를 뛰어넘는다. 지난달 금통위원 중 절반은 기준금리 최종 수준이 3.75%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