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의 3대 손해보험사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3대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유지돼 온 국내 보험업계의 순위 판도가 올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10일 손해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되면서 손보사들이 전체적으로 성장한 가운데 특히 메리츠화재가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18년까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손보업계 4위였던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9년 현대해상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선 데 이어 현재 2위인 DB손해보험을 위협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970억원으로 전년보다 14.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548억원으로 전년보다 29.4% 성장하면서, DB손해보험과의 격차를 2121억원에서 1422억원으로 좁혔다.
메리츠화재는 다른 대형 손보사와 달리 자동차보험 부문보다 암보험, 질병 상해보험 등 장기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이익을 확대됐다.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1~3분기 장기보험에서 얻은 원수보험료는 6조7112억원으로, KB손해보험(5조9365억원)보다 크고 현대해상(7조2590억원), DB손해보험(7조1178억원)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또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말부터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운전자보험 보장을 강화하고 주요 특약에 대한 보험료도 최대 20% 인하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메리츠화재에 3위 자리를 빼앗긴 현대해상은 KB손해보험한테 4위 자리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745억원(잠정치)으로 전년(4357억원)보다 32.8% 성장했다.
현대해상의 뒤를 쫓는 KB손해보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577억원으로 전년(3018억원)보다 84.8% 증가했다. 손해율 개선과 함께 일회성 이익(부동산 매각 1570억원)이 있었지만 두 회사 간 격차는 168억원에 불과하다.
생보업계도 업계 4위인 신한라이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삼성·한화·교보 생보사 ‘빅3 체제’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형 생보사 대부분 역성장한 가운데, 신한라이프는 전년보다 18.4% 증가한 463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달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업계 2위 도약’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높아지면서 저축보험 판매를 축소하고, 보장보험 중심 판매 전략을 확대한 것이 성장에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의 지난해 연납화보험료(APE)는 7334억원으로 전년보다 3.1%(232억원) 감소했지만, 보장상품 APE는 6291억원으로 전년보다 8.9%(513억원) 증가했다. APE란 보험 영업 성장의 지표로 보험료를 1년 기준으로 환산해 보여주는 개념이다.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972억원으로 전년(1조2492억원)보다 36.2% 감소하면서 신한라이프와의 격차가 3340억원으로 좁혀졌다. 불과 1년 전인 2021년에는 한화생명과 신한라이프의 당기순이익 격차는 8576억원이었다.
교보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4667억원으로, 아직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기간 교보생명은 교보증권·교보악사자산운용·교보문고·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3947억원으로, 신한라이프(별도기준, 3679억원)와의 격차는 불과 268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