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에 동참하는 의미가 있는 동시에 큰 위험 부담 없이 사업자 대출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사업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사업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으로 정상경영을 하고 있는 차주를 대상으로 금리 7% 이상의 대출을 6.5% 이하의 저금리로 바꿔주는 사업이다. 금융위원회가 신용보증기금(신보)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신보는 이 대출에 대해 90% 보증을 한다. 보증비율이 90%라는 것은 대출이 부실화되더라도 신보에서 90%를 부담하고, 나머지 10%만 은행이 책임을 지면 된다는 뜻이다.
현재 이 사업을 통해 대환 대출 물량을 받는 은행은 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15개 은행이다. 인터넷 은행 3사 중에는 유일하게 토스뱅크만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9월 말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이 시작한 당시 대환 은행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까닭은 대환이 가능한 사업자 대출 상품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두 달 뒤인 11월에야 사업자 대출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가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사업자 대출의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업대출 분야의 후발주자다.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에서 굳건한 영역을 다지고 있고, 토스뱅크·케이뱅크 등 경쟁 인터넷은행 역시 카카오뱅크보다 앞서 사업자 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장기적으로 전체 여신의 절반 이상을 기업대출로 채우고자 한다”라는 카카오뱅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체 상품 외에도 정책보증상품 등을 통해 고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사업자 대출 출사표를 던지며 “보증부대출은 2023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담보대출도 최대한 빠르게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카카오뱅크가 이번 정책상품을 내놓으면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에도 동참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저금리 대환 사업 등 자영업자・소상공인 3종 금융지원 패키지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규제 산업인 은행업에 속해 있는 한 정부와 발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카카오뱅크에 유리할 수 있다.
금융위는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 사업에 아직 카카오뱅크의 신청은 없었지만, 추가 합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되는 기간에 금융사가 사업에 추가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인터넷은행 중에는 토스뱅크에 이은 두 번째 참여가 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 참여를 검토했으나 사업 우선 순위에서 밀려 아직 저금리 대환 사업에 대한 가부가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