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주택금융공사(주금공) 전액 보증 저금리 전세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2~3개 은행만 실시하게 됐다. 당시 발표에서는 관련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 몇 곳에 그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관련 상품 취급 은행이 3곳 이하에 그치면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계 규모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2023년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금공이 100% 보증하는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주금공은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원금의 90% 수준만 해준다. 전액 보증이 이뤄지면 은행 입장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를 낮춰 대출을 해줄 수 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임차인의 전반적인 주거 비용 절감을 위해 변동금리보다 낮은 고정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놓겠다”고 말한 이유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주금공은 100% 보증서를 받을 수 있는 은행을 2~3곳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은행들로부터 관련 협약 신청을 받은 뒤, 금리 경쟁력이 있는 2~3곳만 따로 뽑아서 원금 전액 보증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달 10일까지 협약 신청을 받은 뒤 선정 작업을 거쳐 1분기 내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협약을 신청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라 금리 수준 등을 제시한 제안서를 낸 뒤 낮은 금리를 제시한 일부 은행이 선택되는 것”이라며 “2~3군데 은행이 선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금리 경쟁력이 좋은 곳이 많다면 전액 보증 혜택을 제공하는 은행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게 주금공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주금공이 은행별 의향서를 받아 낮은 금리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은행을 일부 선택해 100% 보증을 제공할 것이라고 안내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 상품은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100%로 올리고, 보증료율 0.1%포인트(p)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부실 전세대출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을 없애고, 보증료율도 깎은 만큼 낮은 고정금리로 금융소비자들에게 대출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금융위는 당시 업무보고 발표 자료에서 “금리인상, 주택가격하락에 따른 주거·금융애로를 완화하겠다”면서 가장 먼저 ‘고정금리 전세자금 대출 확대’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은행들은 관련 정책금융 상품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였다. 기존에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 저금리 고정금리 정책금융 상품은 소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은행도 부실 대출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수 은행만 선별해 원금 전액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알려지면서 ‘전시성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팽배해졌다. “원금 보증 규모를 제한하겠다는 의미”라며 “선정된 은행도 결국 기존 전세 대출 가운데 일부만 차환(借換)해주거나 소득 등의 기준으로 선별해 신규 대출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내다봤다.
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경쟁을 붙인 것도 결국 관련 프로그램 규모가 제한될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채산성이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는 은행은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보다 금리 인하 여력이 낮은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제안서에 담을 금리 수준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금공 관계자는 “100% 보증 고정금리 전세대출과 관련해 협약이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면서도 “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은행이더라도 기존 90% 보증서를 기반으로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은행 재량으로 전세대출을 취급할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수 은행과 협의를 하고 있으며 (100% 정책보증의 고정금리 전세대출 상품 출시 이후에는) 최대한 많은 은행으로 늘려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