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추진하던 법정최고금리 조정 작업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잠정 중단됐다.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대부업이 저신용 서민에 대한 신용공급을 줄이자 법정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려는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대부업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기 직전 제도권 금융인 만큼 대부업체의 대출 축소는 결국 서민층의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현재 법정최고금리 조정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국회에서 이자제한법을 비롯해 대부업 관련 법률 등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인데, 여야 할 것 없이 개정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정최고금리 조정에 대한 논의가 멈춘 상태"라며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는 내려가는 추세까지 겹치며 법정최고금리 조정에 대한 동력을 잃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국회와 시장연동형 금리 도입 등을 포함한 복수의 법정최고금리 조정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하던 대부업이 흔들리자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정최고금리를 27.9%까지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에 설명했다. 대표적인 방안은 시장연동형 금리 도입이다. 시장연동형 금리는 고정적인 금리 상한을 두는 방식이 아닌 금리 변화에 따라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27.9%) 내에서 탄력적으로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법정최고금리 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진 차주가 늘어난 상황에서 법정최고금리 인상이 가능한 시행령 개정을 국회가 앞장서 동의하기는 어려운 탓이었다.
금융위가 법정최고금리 조정에 나선 것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자금조달 비용이 커진 대부업이 서민층에 대한 대출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대출을 실행하더라도 자금조달 및 영업비용이 더 나가자 지난해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12개의 업체가 신규 대출 문을 닫았다. 작년 연말 신규 대출 취급액이 연초 대비 80% 가까이 감소했다.
대부업의 영업 중단은 불법사금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업은 저신용 차주가 제도권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와 같은 금융업권이다. 이곳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차주는 불법사금융에 손을 댈 위험이 커진다.
금융당국은 저신용·저소득 취약차주를 통해 최대 100만원의 '긴급생계비 대출'을 실행하며 불법사금융의 통로를 차단할 계획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에서 빌리는 돈이 사실상 50만원 안팎으로 조사됐다"며 "긴급생계비 대출을 통해 급전이 필요한 수요는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부업권 역시 금융당국의 법정최고금리 조정 논의가 물 건너 가며 스스로 생존 대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우수 대부업자 제도' 등을 통해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의 길을 열어놓는 등 자금 조달 비용 인하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필요한 만큼 충부한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당국 차원에서 법정최고금리를 통해 대부업을 지원사격 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현 제도 내에서 대부업이 자체적으로 발로 뛰어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