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윈터(cypto-winter·가상자산의 겨울)’라고 불릴 정도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1월 들어 몇몇 암호화폐가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달에만 5.1배 가격이 오른 앱토스가 대표적이다. 기술적인 잠재력이 커 시장 판도를 기대감에서다. 갈 곳 잃은 자금이 특정 상품에 몰리는 양상이기도 하다.

메타 개발자들이 만든 앱토스… 업계 새 판짜기 및 시세 차익 기대감으로 급등

올해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암호화폐는 앱토스다. 앱토스는 메타(舊 페이스북)가 진행하던 가상자산 개발 프로젝트를 맡던 이들이 해당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독립해 만들었다. 메타는 2019년 리브라(Libra)라는 명칭으로 자사 서비스 내에서 쓸 수 있는 가상자산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가, 디엠(Diem)이라는 명칭의 스테이블코인(미국 달러화와 가치가 연동된 가상자산)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었다. 결국 2022년 1월 관련 사업을 정리했다. 앱토스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어 출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2022년 10월 미국에서 거래가 시작된 앱토스는 올 1월 9일 쯤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1월 초 3.45달러였던 가격은 27일 오후(한국 시간 기준) 현재 17.6달러다. 5.1배 뛴 것이다. 메타 개발자들이 오랫동안 가상자산 개발을 진행하면서 쌓은 기술력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앱토스 미디엄 블로그 갈무리

국내 거래소 업비트 시세는 2만2500원(27일 오후 1시 43분 현재)으로 역외 거래소 바이낸스(2만2163원)보다 1.5% 높다.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 등에서 앱토스를 산 뒤 전자지갑(디지털 월렛)에 담아 국내로 반입하는 방식으로 차익 거래를 노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등 지지에 2배 뛴 솔라나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회계 부정 및 파산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솔라나는 올해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솔라나는 지난해 초 92.2달러에서 지난해 말 11.1달러로 급락했었다. FTX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거액을 투자하는 등, 사업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게 부메랑으로 돌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7일 현재 가격은 23.9달러로 한 달 새 2배가량 뛰었다.

/인터넷 캡처

솔라나가 반등에 성공한 가장 큰 원인은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등 가상자산 업계 거물들이 솔라나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테린은 “솔라나 블록체인이 다시 번성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받길 바란다”며 “솔라나 생태계에는 성실한 개발자들이 있고, 솔라나 체인의 미래는 밝다”라고 주장했다.

솔라나는 블록체인 기반의 인터넷인 ‘웹3′ 시대를 선도하는 가상자산 중 하나다. 처리 속도가 빠르고 탈중앙화에 철저하다. 하지만 네트워크 안정성이 떨어져 기술적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솔라나의 개발·운영을 맡는 ‘솔라나 프로젝트’는 올해 솔라나와 교환이 가능한 또 다른 가상자산 봉크를 출시했는데, 봉크가 성공한 것도 솔라나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실효성 입증 못하면 다시 가격 하락할 수도… “낙관하기엔 일러”

하지만 이들 가상자산의 상승세가 계속될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 관계자들이 상당하다. 갈 곳을 잃은 가상자산 업계의 자금이 기대감에 몰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네트워크 오류, 생태계 확장 등 이전부터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가격이 주저앉을 수 있어서다. 가격이 급등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도 회의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솔라나의 경우 FTX 사태 등으로 인해 기존에 개발에 참여하던 이 가운데 90%가 손을 떼면서 개발자 커뮤니티가 와해됐다. 가상자산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커뮤니티를 유지해야 한다. 솔라나는 이전부터 네트워크 오류, 해킹 등으로 몸살을 앓아었다. 개발자 이탈이 솔라나 입장에서 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앱토스는 거래가 시작된 지 3달 밖에 안됐다. 향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 전체 발행량 가운데 80% 이상이 앱토스 재단,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실제 유통 물량이 적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가상자산 전문 분석업체 원더프레임의 김동환 대표는 “몇몇 가상자산 가격이 오른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 외에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오른 만큼 다시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