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2개월여 만에 2만달러를 넘어섰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둔화로 투자심리가 살아나 비트코인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거래량과 유동성 감소, 채굴비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는 16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상 가격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16일 오후 1시 기준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1.82% 오른 2만109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2만100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7일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 사태 이후 처음이다.

앞서 2개월간 1만6000달러 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비트코인은 지난 12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13일 1만9000달러를 뚫은 데 이어 14일에는 2만달러, 15일에는 2만1000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그러나 금융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곧 짧은 반등을 끝내고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비트코인이 오른 것은 오랜 침체 끝에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것일 뿐,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에는 해결돼야 할 조건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분석업체 페어리드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턴 창업자는 15일 미국 포천지(誌)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비트코인은 과도하게 매수가 몰린 상태”라며 “지금의 상승 랠리를 쫓아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원화 기준 비트코인 가격 변동 추이./구글 파이낸스

가상자산 분석업체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비트코인 가격 흐름은 세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변수는 비트코인의 ‘거래량’이다. 지난해 말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평균 24시간 거래량은 1억7801만달러로, 1년 전 거래량(9억3196만달러)과 비교해 약 80% 감소했다. 이는 과거에 비해 비트코인 물량을 사줄 신규 투자자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해 비트코인 보유자 중 6개월 이상 장기투자한 사람들의 비중은 85%로 집계됐다. 최근 6~24개월간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평균 매입단가는 3만4000~5만2000달러로 아직 대부분의 투자자가 손실 구간에 몰려 있다.

또 다른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글래스노드는 “최근 비트코인 매매 체결 가격은 대부분 1만6000달러대에 집중돼 있고 1만8000달러대를 넘어서면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2만1000달러선을 확실하게 뚫고 올라가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다시 1만6000~7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번째 변수는 금융 시장의 ‘유동성’이다. 가상자산을 포함한 금융 투자 시장에서는 장기간 가격이 오르기 위해선 풍부한 유동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국내외 주요 경제 기관들은 올해 자금 유입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 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비교해 인상 폭은 줄었지만, 올해 5월까지 미국의 연내 최종 금리는 5.5%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유동성이 크게 풀렸던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 가격은 전통 금융시장의 호황과 연동해 상승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과 기존 금융시장 환경과의 가치 연동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유동성 문제를 겪는 기업들의 리스크가 시장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최근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과 자회사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경영난에 처한 상태다.

가상자산 대출업계의 큰손으로 꼽히는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의 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 등에 대출을 해줬다가 손실을 입었다. 제네시스가 모회사인 DCG에 5억7500만달러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오는 5월을 전후로 가상자산 시장에 다시 한 번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마이닝센터 내부 모습. /탈라스디에이 제공

마지막 세 번째 변수는 비트코인 ‘채굴 비용’이다. 지난해 가상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채굴에 필요한 전력 소비와 인건비 등 여러 비용은 계속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현재 많은 코인 채굴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365일 24시간 고성능 컴퓨터가 계속 사용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해 막대한 전기 에너지가 소모된다. 채굴 업체들은 전력 사용료 부담에 허덕이다 채굴 활동이 줄일 경우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도 하락한다. 해시레이트란 가상자산 채굴 작업이 이뤄지는 속도로, 비트코인의 가격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해시레이트가 하락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인 시장 불황으로 주요 가상자산 채굴 업체들은 파산을 신청하거나 채굴 규모를 축소한 상태다. 지난해 9월 가상자산 채굴 업체 컴퓨트노스가 파산한 데 이어 다른 채굴 업체인 아이리스에너지는 지난 11월 채무불이행을 경고받고, 담보로 잡힌 채굴 장비가 압류됐다.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최대 가상자산 채굴업체 코어 사이언티픽은 지난달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DCG의 경영 위기와 채굴 비용 하락 탓에 다시 가격이 꺾일 수 있다”면서 올해 가격이 1만4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