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50년까지 연장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해 5월 주담대 만기를 35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나서 두 번째 만기 연장이다. 이번 만기 연장안을 두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줄어든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집값 하락 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홍보물. /뉴스1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수협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Sh으뜸모기지론’, ‘바다사랑대출’에 대한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렸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라며 “대출 기간이 늘어나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존 은행권의 주담대 최장 만기는 40년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대출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한정으로 50년 만기 정책모기지를 내놓았다. 당시 50년 만기에 대해 은행권은 수요가 클 것이라고 보지 않았지만 주택금융공사의 상품 중 50년 만기 상품이 기대보다 수요가 있자 은행권에서도 50년 상품 출시에 동참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들어 가계대출 총량관리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대출 만기 확대 등 제도변경에 대한 기회가 커졌다”며 “주담대 50년 만기 상품에 대한 시장 수요를 살피며 출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기가 늘어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주담대는 DSR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돼 차주가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한다. 하지만 원금을 갚는 기간이 50년으로 늘어나면 매년 갚아야 하는 원금이 줄어들어 그만큼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예컨대 연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40년 만기(연 4.4% 금리)로 주담대를 이용할 경우 DSR이 적용돼 최대 3억75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SR은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권의 경우 4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대출 기간을 50년으로 늘리면 매월 갚는 원리금이 줄어들면서 대출 한도가 4억300만원으로 3000만원 더 늘어나게 된다.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어든다. 금리 연 4.4%로 5억원을 대출받으면 40년 만기일 경우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22만원이지만, 50년 만기 때 월 이자 부담액은 약 206만원으로 약 16만원 낮아진다. 금리상승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면 중도에 상환하지도 못하고 빚에 묶여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만기가 늘어난 만큼 대출을 계속해서 가져가기 때문에 이자 부담과 위험이 만기가 짧을 때보다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인구감소와 자산 가격 조정 등이 주택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하락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데, 당국이 만기를 늘리는 건 집값 상승을 기대했기 때문인 만큼 쉽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