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에서 발행된 가상화폐, 이른바 ‘김치 코인’들의 가격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위믹스와 페이코인 등 대형 국내 코인들이 좌초한 가운데 나머지 국내 코인들이 오를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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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가상자산 전문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카카오가 발행하는 클레이튼 코인은 최근 일주일 동안 가격이 190원에서 218원으로 15% 올랐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코인 역시 전날 오전 155.38원에 거래되며 가격이 15% 뛰었다. 의료정보 플랫폼인 메디블록이 발행한 메디블록 코인도 같은 기간 14.67원에서 16.16원으로 약 10% 상승했다.

반면 대표적인 국내 발행 코인으로 꼽혀 온 위믹스와 페이코인은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위믹스는 지난달 월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주요 4대 원화 거래소로부터 유통량을 허위로 공시했다는 이유로 상장 폐지 결정을 당했다. 위믹스는 현재 다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지닥에서 1년 전보다 95% 넘게 폭락한 448원에 거래되고 있다.

페이코인은 지난 6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사업 중단 처분을 받았다. FIU는 페이코인 측에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시중은행의 실명 계좌를 지난해 말까지 받아오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기한을 지키지 못해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페이코인 역시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며 1주일 만에 가격이 40% 하락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은 위믹스, 페이코인의 악재로 시장 전체적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머지 김치 코인들의 가격이 오를 만한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클레이튼의 경우 발행사인 카카오의 주가가 최근 반등하면서 함께 가격이 올랐을 수 있지만, 다른 코인들은 한꺼번에 상승할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소폭 오르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소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만, 김치코인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형 코인보다 크게 반등할 만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전날까지 비트코인은 1만7434달러, 이더리움은 1336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일주일 동안 각각 4.6%, 10% 올랐다.

/뉴스1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김치 코인의 가격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냉각돼 최근 상승 폭보다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러 김치 코인들은 위믹스나 페이코인 등 대형 코인에 비해 인지도나 활용 가치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비트코인 등 일부 대형 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화폐들의 증권성 여부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점도 변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2020년 시가총액 23조원 규모의 가상화폐 리플을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고소했다. 미국 법원은 올해 3월 리플의 증권성 여부를 결정하는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SEC의 손을 들어줄 경우 리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김치 코인들 모두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돼 국내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증권형 토큰은 증권 매매중개 자격을 갖춘 증권사들을 통해서만 거래되기 때문에 미국 법원이 SEC의 손을 들어줄 경우 상당수 가상화폐는 무더기 상폐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올 3월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