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시세가 지난달부터 2000만원 초 반대에 갇힌 채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을 장기보유한 투자자들의 평단(구매 가격의 평균)이 현재 시세의 두세 배에 육박하면서 차익 실현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4일 가상자산 데이터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6~24개월간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평단은 3만4000~5만2000달러(4338만~6635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비트코인 보유자 중 장기투자자 비중은 85%로 가상자산 시장에 신규 투자자가 더는 유입되지 않고 있다.

지난 몇년 간 가상자산 시장 활황세가 이어지면서 비트코인 시세는 한때 8000만원 이상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3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과 함께 이틀 만에 가격이 99% 넘게 폭락한 테라·루나 사태, 세계 2위 규모의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등이 비트코인 시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최근 비트코인 시세는 지난달부터 2110만~2174만원 사이에서 지루한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프라이스프리딕션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 분석에 따르면 이달 말 비트코인 시세는 약 1만5532달러(1975만원)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현재 가격 대비 70% 하락한 5000달러(약 636만원)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자산업계에선 올해 비트코인 가격 하락 폭이 감소하더라도 당분간 반등할 만한 호재가 딱히 없어 상승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2년 10개월만에 최고가인 1만5233달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신규 투자자 유입을 억제하면서 가격 반등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고브가 2일(현지 시각) 미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5%는 비트코인에 대해 ‘매우 또는 다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18%만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비트코인은 일명 다크웹이라 불리는 온라인 암시장 내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제외하고, 실물경제에서 화폐로서의 역할은 미미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도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빅데이터 전문업체 TDI가 지난해 국내 주요 거래소의 이용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비트·빗썸 앱 설치 수가 감소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앱 설치 수는 지난해 1월 482만에서 지난해 11월 449만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빗썸 앱 설치 수도 212만에서 191만으로 감소했다. 설치 수 대비 월간활성사용자수(MAU)도 업비트 74%에서 58%, 빗썸은 41%에서 28%로 줄었다.

한편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 조사업체 얼터너티브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29점을 기록하며 ‘공포(Fear)’ 수준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