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시가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데 이어 금융투자협회도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준비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 등 해외 업체들도 국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업비트 등 기존 거래소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뉴스1

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바이낸스 등과 협약을 맺고 올해 자체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는 가상자산 상장과 폐지, 거래 등을 모두 담당하는 독점적 구조의 거래소 대신 각각 별도의 기능을 하는 기관들을 만들 계획이다. 또 부산은행으로부터 가상자산 거래에 필요한 실명 계좌를 받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부산시의 가상자산 사업은 박형준 시장이 특히 큰 애착을 갖고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은 지난해 바이낸스 외에 블록체인 전문 보안 업체인 서틱 등과도 협약을 맺으며 거래소 출범을 위한 준비를 해 왔다.

박 시장은 “올해 안에 반드시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출범시키겠다”며 “예탁 결제 기능을 독립시키는 한편 상장 심사 기능을 고도화하고 공공성을 지닌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금투협은 ATS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ATS란 다자간매매체결회사의 줄임말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권과 증권예탁증권(DR)의 매매·중개 업무를 하는 사업자를 뜻한다. ATS가 출범하면 기존 유가증권시장을 독점해 온 한국거래소와 경쟁하게 된다.

특히 금투협은 ATS를 통해 NFT와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되는 가상화폐의 매매·중개 업무도 담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가상자산 시장 진출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대표이사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디지털금융 육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기념 사진을 갖고 있다. /부산시 제공

바이낸스가 국내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거래소들에겐 부담이다. 바이낸스는 아직 직접적인 거래소 운영 대신 부산대 등 국내 대학들과 손잡고 블록체인 교육 사업만 시작한 상태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0년 바이낸스코리아를 설립해 국내 진출을 꾀했지만, 실명계좌 취득 등 여러 어려움을 겪은 끝에 뜻을 접었다.

다만 바이낸스는 거래소 사업에 대해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국내 거래소 중 하나인 고팍스 인수를 위해 수차례 만남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 고위 관계자 역시 “한국 내 거래소 사업은 최종 단계”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추후 상황이 맞으면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존 국내 거래소들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지자체와 해외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수익의 99% 이상을 가상화폐 거래 수수료부터 얻고 있어 현재 부산시, 금투협, 해외 거래소들의 진출로 먹거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부산시, ATS 등이 기존 거래소와 차별화되는 사업 아이템이나 상품을 들고 온다면 고객 이탈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바이낸스에 대해선 국내 거래소에 당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바이낸스는 실명 계좌 확보 등이 어려워 아직 국내 거래소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거래소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하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계 관계자는 ATS도 가상자산 거래 중개를 시작할 경우 국내 거래소의 먹거리를 잠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ATS는 금투협이 설립을 추진한 만큼 금융 당국도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며 “ATS가 가상자산 사업자 자격을 얻어 기존 원화마켓 거래소 인수에 나선다면 업계 판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