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연동시스템 ‘오픈페이’ 서비스가 오는 22일 시작된다. 그러나 ‘카드사 연합’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오픈페이는 신한·KB국민·하나카드 등 3개 회사만 참여한 채 출발하게 됐다.

일러스트=이은현

여신금융협회는 21일 카드업계가 고객 편의성과 앱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카드사 간 ‘앱카드 상호연동 서비스(오픈페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오픈페이의 공식 서비스 명칭은 다음달 중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오픈페이는 각 카드사의 간편결제 앱에서 다른 회사의 카드를 호환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은행권의 ‘오픈뱅킹’과 비슷한 개념으로, 스마트폰에 특정 카드사 앱을 하나만 설치해도 다른 카드사들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KB국민카드 앱인 ‘KB페이’에서 하나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개의 카드를 보유한 소비자들은 각각 가지고 있는 카드사들의 결제 앱을 모두 설치해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불편함이 컸다. 앞으로는 주로 사용하는 카드사 결제 앱 하나에 보유 중인 카드를 모두 등록해 사용할 수 있고, 결제 사용내역도 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오픈페이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등 3개사만 참여한 채 시작하게 돼 출시 초반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오픈페이는 총 6개 카드사가 참여하기로 합의했지만, 롯데와 NH농협, BC카드 등 3개사는 내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회사별로 보면 롯데카드는 내년 2월, BC카드는 3월에 각각 오픈페이에 참여하고 NH농협카드는 내년 하반기가 돼서야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은행계 카드사 사옥 전경./조선DB

오픈페이는 당초 기대보다 훨씬 적은 수준인 3개사만으로 서비스가 시작돼 초반부터 힘겨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한 삼성페이가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한 데다, 애플페이 역시 내년부터 서비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올해 말이나 내년 1월부터 국내에서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애플 측이 신청한 애플페이 서비스 약관 심사를 마무리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오픈페이가 출시 초반 시장에 안착하는데 실패할 경우 장기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이 삼성페이와 애플페이로 양분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업계를 주도하는 대형 카드사인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은행계 카드사인 우리카드 등도 아직 오픈페이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여신금융협회는 우리카드와 함께 애플페이 출시를 준비 중인 현대카드도 추가로 참여하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시기는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우리카드와 현대카드도 오픈페이에 추가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마무리됐다”며 “삼성카드도 계속 참여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모든 국내 카드사들이 오픈페이에 참여한다고 해도 서비스는 은행권 오픈뱅킹 서비스 수준인 상호연동 단계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각 카드사마다 자체 페이앱 플랫폼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오픈페이 서비스 외에 별도의 통합 앱을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