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신청을 받은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서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들이 최근 사상 최고 실적을 내면서 예년보다 희망퇴직 조건이 좋아진데다,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기조와 은퇴를 서두르고자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겹쳐진 결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올해 NH농협은행 희망퇴직 대상자는 전 직급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1982년 12월 31일생)부터 만 56세(1966년 1월 1일~12월 31일생)인 직원이다.

Sh수협은행도 비슷한 시기 모든 직급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역시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지난 1일까지 접수를 마감했다.

서울 여의도의 빌딩숲. /조선DB

이를 신호탄으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도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희망퇴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매년 희망퇴직을 비슷한 시기에 신청받아 왔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지난해 12월 17일과 31일부터, 신한·하나은행은 올해 1월 3일부터 희망퇴직을 받았다.

금융권에선 올해 은행 직원들의 희망퇴직 규모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희망퇴직 보상안 규모가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경우 올해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0~39개월 치를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최고 기준이 28개월 치였던 것을 감안하면 보상 규모가 11개월치 확대됐다. 수협은행의 보상 규모도 최대 37개월에 달하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32~42개월 치를 지급한다.

은행원 사이에서 과거와 달리 희망퇴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어지고 있다는 점도 퇴직자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초 1700여명이었던 5대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는 이후 2년 연속 2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엔 특별퇴직금을 많이 주다 보니 오히려 연례행사처럼 희망퇴직을 기다리는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일러스트=박종규

반면 산업·IBK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망퇴직 인기가 높지 않다. 시중은행과 달리 보상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국책은행은 희망퇴직자에게 임금피크제 기간 연봉의 45%만 지급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원 입장에선 희망퇴직보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게 더 유리하다. 이들 은행은 2015년 이후 희망퇴직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국책은행의 임금피크 직원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20곳의 은행 직원(11만3046명) 중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직원은 1.93%(2180명)다.

이 중 ▲산업은행(9.81%) ▲기업은행(7.07%) ▲수출입은행(2.94%) 등 3곳의 전체 직원 수 대비 임금피크제 직원 비중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17곳이 0.00%~2.22%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사 적체는 물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희망퇴직 조건은 좋아지고 그만큼 은행을 떠난 인력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국책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을 기피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전체 조직이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