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은 15일 대법원이 손태승 회장의 승소를 확정한 것을 두고 “최종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날 손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에 따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중징계가 결국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을 넘은 손 회장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안을 수용해 고객들에게 보상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당국의 내부통제 제도개선 TF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개선 방안도 선제적으로 반영해서 앞으로도 모범적인 내부통제 체계 구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과 앞으로도 긴밀하게 소통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오는 16일 사외이사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연다. 일단 이번 이사회는 내년도 경영계획 등 통상적인 안건을 처리하는 정기 이사회로, 손 회장의 거취와 관련한 논의는 오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날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통상적으로 열리는 간담회가 있을 예정이라 어떤 식으로든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사회 멤버들이 이날 오전 중 판결을 인지한 상태에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손 회장이 이번 주 안에 거취를 포함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한 이사회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규제 산업으로 정부와의 호흡이 중요한 금융지주가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로 CEO를 선임해달라”고 압박하는 금융당국을 무시한 채 손 회장 체제를 고집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경영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 7일에는 “금융이 규제 산업인데 CEO 선임에서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리스크를 안 보는 건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만약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면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은 외부에서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민영화 이후 본격적인 인수합병(M&A) 등 사업재편 필요한 만큼 이에 걸맞은 외부 인사를 기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의 후임으로 경제 관료 출신이 올 수 있다는 하마평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기업은행장을 지낸 조준희 전 YTN 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다.
앞서 차기 NH농협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이석준 전(前) 국무조정실장이 단독 추천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첫 관료 출신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나오게 됐다.
BNK그룹 역시 이사회가 최근 외부 인사도 회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상황이다. 관건은 차기 회장과 관련해 외부 인사가 재기용될지, 내부 인사가 승계에 성공할지다. 당초 김 전 회장이 임기 5개월을 앞두고 조기 사퇴를 결정하게 된 것 역시 국감에서 자녀 특혜 의혹이 제기된 후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이어진 데 따른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