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들의 ‘원 앱’ 전략에 대응해 기존 카드 앱을 속속 중단하고 페이(pay) 앱으로 서비스를 일원화하고 있다. 기존 카드 앱이 카드사들의 홈페이지를 단순히 모바일로 옮긴 수준인데 비해 페이 앱은 간편결제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은행계 카드사 사옥 전경./조선DB

KB국민카드는 12일 기존 모바일 앱과 통합포인트 앱인 ‘리브메이트’ 서비스를 ‘KB페이’ 앱으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기존 KB국민카드 앱은 오는 14일 서비스가 종료된다. 리브메이트 앱 서비스는 이용자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 초까지 유지한 후 종료할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이번 통합 작업으로 결제예정금액조회, 즉시결제, 분할납부 등 기존 카드 앱에서 제공하던 주요 서비스를 KB페이에 이식하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도 추가했다. 사용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고 이용할지 결정할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향후 개인화 콘텐츠 강화와 함께 자산관리 부문에 개인재산·소비패턴 기반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금융 업권별 최적의 상품을 추천하는 중개 영역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으로 개인별 콘텐츠 제공, 자산관리와 금융상품 추천까지 이어지는 종합금융플랫폼을 KB페이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다른 카드사들도 페이 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개편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간편결제 앱 ‘신한플레이’를 기반으로 카드 서비스를 통합하고, 지난달 기존 신한카드 앱 운영을 종료했다.

우리카드는 ‘우리 원(WON) 카드’, 하나카드는 ‘원큐페이(1Q)’ 앱으로 서비스를 통합해 운영 중이며, 삼성카드는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의 통합 금융 플랫폼 ‘모니모’를 올해 초 출시했다.

카드사들이 페이 앱을 중심으로 앱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은 빅테크의 간편결제 시장 잠식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은 통합 앱 전략을 통해 금융 영역에서 소비자의 편의성과 서비스의 범용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이버 vs 카카오

한국은행 ‘2022년 상반기 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금액은 7232억원으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10.7% 늘어난 수준이다.

이 중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의 이용금액은 3641억원으로 전체의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는 1887억원(26.1%) 수준이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카드사들의 앱 통합 시도는 빅테크 업체와의 경쟁에 대응할 뿐 아니라, 물론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며 “흩어져 있던 여러 앱이 하나로 합쳐져 소비자 입장에서 편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한·KB국민·롯데·하나·NH농협 6개 카드사로 구성된 ‘오픈페이’도 이달 중순 서비스 시작할 전망이다. 오픈페이는 오픈뱅킹처럼 개별 카드사의 결제 플랫폼에서 다른 카드사의 신용·체크카드 상품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신한·KB국민·하나카드 3개 사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고,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는 내년부터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오픈페이가 별도의 앱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카드사 별로 자사 페이 앱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