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기관인 남해축산농협에서 고객들에게 특판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발생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상호금융의 수신(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를 초과한 고객 유치로 은행이 파산하고 소비자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해축산농협은 이날 고객들에게 “한순간의 직원 실수로 인해 적금 10%가 비대면으로 열리면서 저희 농협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예수금이 들어왔다”며 “너무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경영의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남해축산농협이 7일 적금 가입 고객들에게 보낸 문자.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남해축산농협은 이어 “남해군 어르신들의 피땀 흘려 만든 남해축산농협농협을 살리고자 염치없이 문자를 보낸다”면서 “고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남해축산농협은 각 지역 농업인이 출자해 세운 지역 단위 농협으로, 경남 남해군에 있다.

앞서 지난 1일 남해축산농협은 최고 연 10.25% 금리를 적용하는 NH여행적금(정기적금)을 출시했다. 대면 가입 조건으로 선납이연도 가능했다. 그런데 이날 약 2시간 가량 비대면으로 상품 가입이 가능해졌다. 직원의 실수라는 게 남해축산농협 측의 설명이다.

이를 알게된 고객들은 순식간에 적금에 가입했다. 가입 금액 제한이 없다 보니 목표치의 100배인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명이 같은 상품을 여러개 가입하는 상황까지 펼쳐지면서 순식간에 예산이 바닥나게 된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남해축산농협 출자금은 약 73억5300만원, 현금 자산은 3억290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당기순이익은 9억1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상품에 가입한 한 소비자는 “본인을 포함해 자발적으로 해지하는 사람들도 많으나 끝까지 버틴다는 사람들도 보이는데 이러다 은행이 망하면 원금도 못 건질까 봐 걱정이 된다”면서 “앞으로 다른 곳보다 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상품은 피해야 하나 재테크관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렸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 시중은행의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리 역시 6%를 넘어섰다. 당국은 은행이 높은 금리로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상대적으로 건전성이 취약한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당국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월 25일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업권 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달 “수신금리 과당 경쟁에 따른 자금 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사태를 파악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