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데다, JP모건과 인스타그램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가상자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투자심리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이미지.

9일 코인게코, 코인마켓캡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이더리움은 전달 대비 16.1% 오른 217만7000원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의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비트코인 역시 전달보다 3.3% 상승한 2825만4231원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약세를 멈추고 반등하자, 다른 코인들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도지코인의 경우 지난 10월 7일 88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 가격이 166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폴리곤 코인도 1168.68원에서 1690.98원으로 44.69% 상승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가격이 반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긴축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준이 올 들어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대표적인 위험 투자 자산으로 꼽히는 가상화폐 가격도 계속 약세를 보여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줄일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이르면 오는 다음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인 가격 반등은 파월 의장의 긴축 둔화를 암시하는 발언이 나온 이후 자산 가격의 약세가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가상화폐와 함께 대표적인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나스닥 역시 같은 기간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8일 진행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난 점도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투자 심리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에 비해 공화당은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에 보다 완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손민균

그동안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됐던 가상자산들이 최근 주요 기업에서 잇따라 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은행권 최초로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를 활용한 외환 거래를 시작했다. 또 인스타그램과 레딩 등 주요 소셜미디어 등이 가상자산 업체인 폴리곤과 협업한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가상자산들의 반등 흐름이 꾸준히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이 아직 가상자산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데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도 아직 명확히 예측하기는 어려워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최윤영 코빗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들의 비트코인 관련 상품 거래량은 지난 8월부터 계속 시장의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시장에서 비트코인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낮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