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열망한다. 부자 되기가 ‘시대정신(Zeitgeist)’인 시대. 그렇다고 이게 갈망한다고 될 일인가.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온갖 자기계발서와 투자∙재테크 서적, SNS 영상 콘텐츠마다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지름길이 깨알같이 소개된다. 그런 책, 그런 콘텐츠 한 번 접해보지 않은 사람 없다.
그런데 현실은? 뻔한 소리거나, 나도 이미 아는 이야기들뿐이다. 큰 울림도 없을뿐더러, 공허하다 못해 때론 공해가 따로 없을 정도다. 부자로 가는 길이라 해서 그리 많이 보고 듣고 읽어도 주변엔 다들 ‘보통 사람들’뿐이지 않나.
‘부자가 되는 보통 사람은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지나가는 순간, 보통 엄마로 살면서 100억원 자산을 이룬 본인 경험을 최근 책으로 낸 이진화씨가 떠올랐다. 1억원으로 5년 만에 100억원의 자산을 이뤘다고 했는데, 그는 혹시 뭔가 알려줄 수 있지 않을까. 그에게 ‘지난 5년’ 이야기를 물었다.
부자가 되는 첫걸음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느냐는 질문에 이 작가는 왜 부자가 되려고 하는지,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다들 ‘돈이 많았으면’하고 바라지만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지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부분 막연하게 부자를 꿈꾸고 있어요. 어떤 부자가 되려는지 설정부터 하고, 그에 맞는 실천을 해야 합니다. 세상엔 재테크 기술과 투자 정보가 넘쳐나는데, 기술과 정보가 많다고 해서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돈과 부자에 대한 오해도 풀어야 해요. ‘돈이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요. ‘돈을 밝힌다’거나 ‘노력 없는 부자’라는 쪽으로만 보는 것이죠. 금수저 집안에 태어났으니까, 혹은 뭔가 옳지 않은 방법을 통해 부를 축적했을 거란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생각들을 버리지 않으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돈과 부자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실천 없는 생각은 공허하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실패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실패가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삶으로 나갈 수 없어요. 진짜 실패는 지금과 똑같이 머물러 있는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실패에서 얻는 경험과 배움을 생각해야 합니다. 실패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려주는 결과이자 도구인 거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격언도 있잖아요. 이 말은 부자가 되는 실천 과정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아요.”
100억원 부자의 실천법
부자로 가는 실천. 그는 부동산 소액 투자를 택했다. 이사만 대체 몇 번을 다닌 건지. 한쪽에선 갭투자로 한몫 챙긴 투기꾼으로 볼지 모르겠다. 그래도 좋은 집에서 여유 있게 살아보겠다는 열망과 실천이 그를 1억원뿐인 보통 사람에서 5년 만에 100억원 부자로 바꿔놨다.
그는 “다른 욕심은 없었는데,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만큼은 뚜렷했다”며 우연찮고 무모하게 시작한 부동산 투자가 삶을 완전히 바꿔 놓을지 몰랐다고 했다.
“결혼 전에도 가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결혼 후에도 둘이 벌어야 애들 가르치고 먹고사는 평범한 맞벌이 부부의 삶이었어요. 초등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고 학교 밖에서는 개인 레슨도 해야 했어요. 길을 오가며 보이는 좋은 집들을 보면 현실과 괴리가 컸죠. 열심히 살아도 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았고요.
그러던 가운데 김포의 한 미분양 아파트를 샀다가 1년 만에 4000만원을 남기고 팔아 서울의 전셋집으로 이사를 했고, 다시 얼마 안 돼 위례신도시 월세로 이사했습니다. 이때 전세에서 월세로 옮기며 남은 보증금 1억원을 ‘올인’해서 2016년 파주에 있는 아파트 5채를 모두 전세를 끼고 샀어요. 당시 부동산 시황이 좋지 않았을 때였는데, ‘영끌’로 오피스텔까지 추가로 투자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무모했죠.”
첫 투자부터 고생이었지만 그의 부동산 투자는 계속됐다. 전세를 끼고 사거나 아니면 실입주로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입해 차익을 보는 방법을 반복했다. 1년에 두어 차례 이사는 일도 아닐 정도로 전세와 월세를 셀 수 없이 갈아탔다. 그렇게 5년 사이 그는 서울과 수도권의 오피스텔 12채(분양권 6개 포함), 서울 빌라 2채, 상가 1개, 오피스 1개 등 100억원(시세 기준)의 부동산을 보유한 30대 부자가 됐다.
그의 부동산 투자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당장 내일이라도 이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저는 전문 투자자도 아니고 관련 지식도 없어요. 갭투자라고 손가락질을 할지 모르겠지만, 달리 투자 방법을 몰라 사는 집을 옮겨 다니며 부동산을 굴린 것이 자산 증가로 이어진 거예요. 주식이든 가상화폐든 해외투자든 본인이 잘 알거나 자신이 있는 투자처가 있다면 그걸 활용해 실천하세요. 생각만으로는 자산이 늘지 않잖아요.”
잘 쓰는 게 잘 버는 법
내 주머니에 들어온 돈은 온전히 내 것일까? 통장이 ‘텅장’이 되는 경험을 해 본 경우 있지 않나. 스쳐 지나가는 월급을 보며 ‘내 게 내 게 아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래서 돌고 도는 게 돈이라 하지 않았나. 이 작가는 잘 벌어 잘 쓴 돈이면 좋다고 했다.
“벌었으면 써야지요. 그런데 잘 쓴다는 것엔 기준이 있어요. 본인이 행복하고 즐거운 곳에 돈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태를 보면 그 기준이 ‘남’을 향해 있어요.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남 앞에서 있는 척하기 위해 내게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하죠. 이런 것들은 허영일 뿐,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돈을 쓰는 기준이 ‘나’가 아닌 ‘남’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능력을 키우고 본인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곳에 돈을 쓰세요. 그게 돈을 잘 쓰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쓴 돈은 더 크게 다시 돌아옵니다. 그게 결국 돈을 버는 거죠.”
또 그는 돈은 잡고 있다고 잡히는 게 아니라 했다. 이 작가는 “돈을 잃을 준비가 돼 있어야 벌 수 있다”며 “투자를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실패를 감수할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갈 돈은 언제 어떻게든 나가게 돼 있는 것 같아요. 못 나가게 틀어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주변에 우환이나 불상사가 생겨 예상치 못하게 돈을 쓰게 되거나 뜻하지 않은 곳에 나가게 되는 지출 같은 것들이요. 그런 돈일수록 주로 이상한 데로 가죠.”
남의 돈도 내 돈처럼
좀 엉뚱하게 들린다. 그는 부자가 되려면 남의 돈도 내 돈처럼 쓰라고 한다. 놀부 같은 부자가 되란 말인가?
“돈은 돌고 돕니다. 내 지갑 안의 돈도 처음 발행된 이후 누군가를 거치고 거쳐 내게 온 거죠. 그리고 그 돈을 내가 쓰고, 다시 또 어디선가 누군가가 쓴 돈이 내게 들어 옵니다. 결국 남의 돈도 내 돈, 내 돈도 남의 돈인 거죠.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쓰라는 말은 남의 것을 빼앗아 쓰라는 뜻이 아니라, 내 돈도 남의 돈도 모두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돈은 감정을 느끼는 에너지에요. 생명체처럼 움직이거든요. 돈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돈은 가려 하지 않습니다. 돈을 소중히 쓸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부를 쌓을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