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서 경제·금융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수석실 산하 경제금융비서관실에 한 달 만에 금융워원회 출신이 새로 배치됐다. 9월 하순부터 한 달간 계속되던 담당자 공백 사태가 해소된 셈이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을 통틀어 유일하게 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파견자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심각한 유동성 경색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작 대통령실은 인사 난맥으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 따르면 권 아무개 과장이 지난주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시작했다. 금융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예상보다 빨리 근무를 시작하게 됐다는 게 관가 안팎의 시각이다. 정식 인사 발령은 물론 대통령실 임용에 필요한 검증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 현직 공무원이 이런 형태로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건 대통령 임기 극초반에나 있는 일이다.
현재 대통령실에서 일하고 있는 금융위, 금감원 직원 6명 가운데 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은 권 과장이 유일하다. 다른 금융위 파견 직원 2명은 인사비서관실 등에서 일한다. 금감원 직원 3명도 법률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금융당국 전문가들을 불러다 인사 업무만 시키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금감원 직원 한 명도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 일 했었고, 금융위 과장이 국정상황실에 파견되었겠다.
금융계에서는 한 달 넘게 비어 있던 자리가 채워져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달 하순 파견 근무를 하던 김 아무개 과장이 복귀하면서 경제금융비서관실에서는 계속해서 금융당국 파견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경제금융비서관실에 금융 관련 업무를 해본 사람은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파견자 정도였다. 기획재정부에도 국제금융국장이 10월 5일까지 공석이었었다. 금융정책 컨트롤타워를 움직일 사람이 아예 없었던 셈이다.
대통령실 경제·금융 정책 부서에 금융당국 관계자가 오랫동안 한 명도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실 내부의 인사 난맥이다. 대통령실은 8월 말부터 ‘인적쇄신’에 나서면서 선임행정관(2~3급) 및 행정관(4~5급)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이때 정치권 출신 ‘어공(어쩌가 공무원)’들만 대거 내보낼 수 없어 현업 공무원인 ‘늘공(늘 공무원)’도 8명가량 복귀시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공들만 내보내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고 반발도 심해서 늘공들도 포함시켰던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기재부 출신의 금융당국에 대한 견제의 결과로 보기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 경제금융비서관실에 한 명도 파견되지 않고, 금융위에서만 한 명 정원(TO)이 배정된 것 자체가 힘을 빼겠다는 것”이라며 “기재부 독주의 결과”라고 말했다. 기재부 대통령실 파견 직원 4명은 인적 쇄신 와중에 모두 자리를 보전해, 관가에서는 적잖은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