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금융업권협회장 등과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금융위원회 제공

지난 7월 퇴임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위촉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근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를 통해 고 전 위원장의 자본시장연구원행을 승인했다. 고 전 위원장은 이곳에서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연구사업 등을 자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고 전 위원장은 작년 8월 금융위원장에 취임해 1800조원의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았다. 당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를 강화하며 급증하는 부채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에선 고 전 위원장이 자리를 옮기는 곳이 금융연구원이 아닌 자본시장연구원이라는 점이 일반적이진 않다고 보고 있다. 제6대 금융위워장을 제외한 3~7대 금융위원장은 모두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고 전 위원장 직전의 금융위원장이었던 은성수 전 위원장(7대)을 비롯해 임종룡 전 위원장(5대), 신제윤 전 위원장(4대), 김석동 전 위원장(3대) 등이 모두 금융연구원행을 택했다. 다만, 6대 금융위원장인 최종구 전 위원장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공직자 재취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위원회 기조에 따라 취업심사에서 탈락하며 금융연구원행이 좌절됐다.

고 전 위원장이 자본시장연구원에 자리를 잡는 데는 직전 금융위원장이 여전히 금융연구원에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의견이 있다. 또, 금융연구원장으로 ‘친문’으로 분류되는 박종규 원장이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재정기획관을 지냈다. 전 정권 인사가 포진한 금융연구원에 고 전 위원장도 적을 두는 것은 부담됐을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정권 인사들이 많이 있는 금융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건 관료 출신으로서 색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부담이 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전 위원장은 자본시장연구원에 속해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금융수장들의 연구원행에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온다.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해야 할 금융 분야 연구원이 퇴직한 금융당국 수장들의 둥지가 되며 휴식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고 전 위원장이 자본시장연구원으로 출근을 시작하며 전 금융당국 수장들이 모두 여의도로 모이게 됐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역시 보험연구원에 둥지를 튼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