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MG손해보험과 KDB생명 등 부실 보험사를 매각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업계에서 이렇다 할 인수 희망자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13일 보험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11일 매각주관사 선정 공고를 내고, 오는 21일까지 모집하기로 했다. 지원 자격은 국내외 인수·합병(M&A) 자문 경험이 있는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이다. 예보는 주관사를 선정한 뒤 연말까지 매각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현재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가 대주주인 MG손보는 지난 4월부터 금융감독원과 예보로부터 관리를 받고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사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경우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해 직접 관리·감독한다. 당시 MG손해보험은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했고, 금융 당국에 약속했던 1500억원의 자본 확충도 이행하지 못해 결국 부실 기관으로 지정됐다.
산업은행도 최근 KDB생명(옛 금호생명)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끝냈다. 이달 말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시도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산은은 2010년 부실화 된 금호그룹을 지원하기 위해 KDB생명을 인수, 현재 지분 92.73%를 갖고 있다. 이후 2014년 두 차례, 2016년에 한 차례, 올해 4월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예보와 산은은 각각 MG손보와 KDB생명을 이른 시일 내 매각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재 금융권에서 MG손보와 KDB생명을 인수할 수 있는 마땅한 후보군은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물론 비은행 금융사들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항상 유력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온 우리금융지주도 MG손보나 KDB생명 인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비은행 매출 비중이 낮은 우리금융의 경우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계열사를 많이 확보해야 하는 내부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최근 롯데카드 공개 매각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 여력이 있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보험사를 보유했거나 이미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최근 몇년 간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신한금융은 신한EZ손보(옛 BNP파리바카디프손보), 하나금융은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 등을 인수했다. 이 때문에 이들 금융지주사는 구태여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부실 보험사를 품으면서까지 덩치를 키울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MG손보는 부채 규모가 너무 커 재무 구조 악화를 감수하면서 인수를 할 만한 기업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며 “KDB생명의 경우 MG손보에 비해 재무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생보업 자체의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어 인수할 만한 매력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