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323410)가 100억원 규모의 회사 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의 대출을 지원해주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와 직원들은 지난 5일 다 같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자리에선 임직원들이 모여 회사 현안, 발전방향, 주가 부양방안 관련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이 자리를 계기로 100억원 규모 회사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반대매매 위기와 대출 이자 부담에 힘들어하는 직원들의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하려는 의도다. 현재 신청자를 받고 있고, 직원 한 명당 1000~2000만원 정도를 회사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2021년 7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IPO 프레스톡에서 상장 계획을 밝히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카카오뱅크는 전날인 11일 전 거래일 대비 550원(3.00%) 하락한 1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장중 1만7650원까지 떨어지며 종전 52주 최저가(1만8350원)를 밑돌았다. 이는 지난해 8월 18일 기록한 장중 고점(9만4400원) 대비 81.1% 떨어진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사주에 투자한 직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8월 6일 상장 당시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전체 물량의 19.5%가량인 1274만3642주를 우리사주로 매입했다. 직원들은 공모가 3만9000원에 1인당 최대 1만4481주를 살 수 있었는데, 1인 평균 1만2500주(약 4억9000만원)를 매입한 셈이다. 우리사주조합은 공모 물량의 최대 2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이 한도를 최대한 채운 것으로 그만큼 주가 상승을 확신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 달 9만4400원까지 주가가 올랐지만, 당시엔 우리사주 보호예수 기간인 1년이 지나지 않은 탓에 처분이 불가능했다. 이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지난 11일 주가 기준으로 직원당 손실액은 2억65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일부 직원은 8억원을 청약해 손실이 4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카카오뱅크 오피스 모습. /뉴스1

문제는 대다수 직원이 많게는 수억원을 대출받아 우리사주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보호예수 해제 이후 담보 비율(우리사주 대출의 경우 60%)을 유지하지 못하면, 주식이 반대매매 위기에 처한다. 강제 청산을 막으려면, 추가로 담보를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급격히 늘어 대출을 끌어와 담보를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윤 대표가 직접 나서 주주환원정책을 잇달아 펼치고 있다. 윤 대표는 최근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를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2022년 회계결산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법규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 실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원진들도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김석 최고전략책임자, 안현철 최고연구개발책임자 등 12명의 임원이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자사주 총 5만685주를 매입했다. 이들 임원이 최근 매입한 주식 수는 8만4370주에 달한다. 주가 부양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