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문의하러 오신 분이 아무도 없네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중·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자영업자 대환 대출 프로그램이 시작된 30일. 서울 회현동의 A시중은행의 창구 분위기는 한산했다. 담당 직원은 관련해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한 명이 없다며 “이럴 거면 왜 5부제를 실시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남창동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의 창구 자리가 비워져있다. /김수정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정책으로 내놓은 고금리 대출 대환 프로그램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보유한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연 6.5% 이하 중·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환 프로그램을 내놨다. 대상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사업자나 소기업이다. 법인 명의의 사업자 대출이 대상으로, 신청을 위해서는 코로나19 관련 지원금을 받았거나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해택 대상임을 보여야 한다. 코로나19 손해를 입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대환대출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 등 14개 은행의 모바일 앱과 은행 창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시행 한달간 사업자 번호 끝자리 기준 5부제를 실시한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5000만원, 법인 소기업은 1억원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대환 대출 신청을 받은 30일 일선 은행 영업점에서는 대환 대출 문의도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5부제로 인해 사업자 번호 끝자리가 5 또는 0인 이들만 신청이 가능했다는 것을 감안해도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다.

서울 여의도동에 위치한 B은행 지점을 찾았다. 대출 창구에 앉아있던 직원은 “오전에 고객 두 분이 전화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건으로 문의 주실 뿐이었다.”며 “인근 시장에 자영업자가 많아 신청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조용하다”고 말했다. 명동의 C은행 지점 관계자는 “오전 동안 전화 상담 문의도 없었다”고 귀띔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유리한 대출 상품임에도 현장 반응이 썰렁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상당수 자영업자가 자금 융통을 위해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을 받았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대환 프로그램 대상이 아니다. 특히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가계대출을 선택한 비중이 높다.

서울 여의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이번에 대환 프로그램 상담을 받았다가, 개인신용대출이라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는 지난해 은행에서 연 15% 안팎의 개인신용대출을 받았다. 이씨는 “코로나19 때문에 2년 동안 매출이 나오지 않아서 사업자 대출도 안 돼 부랴부랴 개인대출을 받은 건데 대환대출 대상에서 배제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에서 매출이 급격히 하락한 업종 중 대상에 제외된 업종도 상당하다. 정부는 부동산 임대·매매, 금융, 법무, 회계, 세무, 보건, 도박·사행성 관련 업종, 유흥주점 등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 명동에서 환전소를 운영하는 김모(73)씨는 “코로나19 동안 매출이 이전의 10분의 1로 줄었다. 버티고 버티다 지난해 사업자 대출을 받았다”며 “그러나 환전소가 금융업으로 분류된다는 이유로 이번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대면 대출 및 관련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 방문이나 은행 직원을 통한 상담이 적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복수의 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높은 금리에다 변동금리 조건을 달아 대출을 받은 사업자에게 유리한 정책 지원 프로그램”이라며 “수요가 충분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 창구에서 번거롭게 상담을 받느니, 먼저 지원 조건과 혜택을 온라인에서 확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은 “프로그램 실시 첫 날이라 신청 인원 및 금액 자료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음주 초 대략적인 초기 신청자를 집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