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책이 잇달아 시행될 예정이다. 금리 고공행진 속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커진 빚 부담을 완화할 기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잠재 부실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연체가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차주는 다음 달 4일 출범 예정인 30조원 규모의 채무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을 사전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 또는 소상공인으로, 부실(연체 3개월 이상 차주) 또는 부실우려차주(연체 3개월 미만 차주)다. 현장 신청은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부실차주는 순부채(보유 재산을 넘는 부채액)의 60~80%에 대해 원금 감면이 적용된다. 이자와 연체이자도 일부 감면된다. 부실우려차주에 대해서는 원금 조정이 되지 않고, 대신 연체 기간에 따라 금리를 조정해준다. 연체 30일 이하는 기존 약정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연 9% 초과 고금리 분에 대해서만 9%로 조정한다.
연체가 없는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오는 30일부터 시행되는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대환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총 8조5000억원 규모로, 14개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창구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손실보전금 등 재난지원금이나 금융권에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받은 적이 있는 대출자로, 현재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는 개인 사업자 또는 법인 소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환신청 시점에 금리가 7% 이상인 사업자 대출을 지원한다. 대환 한도는 개인사업자는 5000만원, 법인 소기업은 1억원으로 한도 내에서 여러 건의 고금리 대출을 대환할 수 있다. 대환 금리는 최고 6.5%로, 실제로 적용받는 금리는 차주 신용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결정된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전액 면제되며 총 5년간 2년 거치 후 3년간 분할 상환 방식이 적용된다.
두 지원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소상공인·자영업자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가 연장되면서다. 이에 따라 대출 만기가 최대 3년 연장되고 상환은 최대 1년 유예된다. 금융권은 올해 6월 말까지 362조4000억원의 대출에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지원해왔다. 현재 57만명의 대출자가 141조원 규모의 금액을 이용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에선 '깜깜이'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다중채무자로 대표되는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은 많이 늘어났다. 그러나 잇따른 연장 조치로 은행권은 차주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의 6월 말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0%로 전월 말보다 0.04%포인트(p) 하락했다. 실제로 대출 연체가 준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인해 연체율이 감소하는 착시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원책이 잇달아 시행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간절함을 악용하는 보이스피싱을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빚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성실히 빚을 갚아온 사람들이 역차별을 느끼지 않도록 폭넓은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