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반한 금융사가 25곳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8조원대의 이상 외환송금 거래 등 자금세탁 관련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 금융권이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을 인지한 당시 적절한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사고의 예방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반한 금융사는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 총 25개사, 70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수조원대 이상 외환송금 거래가 적발된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사도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 명단에 포함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 10월 고액현금거래 보고 및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의무를 위반해 기관경고, 임직원 주의 등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6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흘러 들어와 홍콩, 일본 등 해외로 송금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신상품에 대한 자금세탁위험 평가업무의 불합리 등 내규관리 미흡으로 지난해 11월 개선 조치를 받았다.

국내 은행 뿐만 아니라 외국은행 역시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지난해 7월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업무 운영 불합리 등으로 개선 조치를 받았다. 중국건설은행은 지난해 고객확인 업무 관련 내규 및 운영절차 불합리 등으로 개선 조치가 내려졌으며, 중국은행 역시 올해 6월 고액 현금거래 보고의무 위반으로 주의 조치를 부과받았다.

그래픽=이은현

은행권 외에도 다름 금융업권에서도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보험업권은 농협생명, 신한라이프, 흥국생명이, 카드업권에서는 우리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가 제재를 받았다. 금융투자업권에선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캐피탈, 신한캐피탈 등이 자금세탁방지의무를 위반해 제재를 받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세탁과 관련해 시스템 미비와 이상 징후를 사전에 경고 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금세탁 경고등에도 금융권에서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한 8조원대 이상 외환거래가 이뤄지는 등 자금세탁 관련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금융사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가 이상 징후가 포착됐을 때 자금세탁과 관련한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려는 노력을 했다면,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규모가 수조원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윤창현 의원은 “가상자산이 자금세탁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거래소를 포함한 주요 금융사들이 고객 확인을 철저히 하고,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