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만건의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카드사들이 휴면카드나 이용 기한이 만료된 카드에 대한 수거와 재활용 등은 소홀히 하면서, 플라스틱 배출량 증가에 따른 환경 오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쓰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카드사들이 버려지는 카드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 송파자원공원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이용해 일회용 재활용품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뉴스1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BC)의 5년 유효기간 내 신용카드 누적 발급량은 1억2081만매로 지난해 같은기간(1억1546만매)보다 4.6%(535만매) 늘었다.

신용카드 누적 발급량은 2018년 1억226만매, 2019년 1억870만매, 2020년 1억1253만매로 매년 증가 추세다. 분실 등으로 인한 카드 재발급 등은 통계에서 제외됐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휴면 신용카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면카드는 발급된 이후 1년 이상 사용되지 않은 카드를 의미한다.

지난 2018년 상반기 822만매 수준이었던 휴면카드는 2019년 998만매, 2020년 1083만매, 2021년 1314만매, 올해 상반기에는 1458만매로 1500만매에 육박했다. 소비자가 불필요하게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피=손민균

이처럼 불필요한 신용카드 발급이 늘어나는 것은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최근 카드사들은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등 매년 다양한 종류의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신용카드 정보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에서 이용되고 있는 카드는 총 1611종(신용 1100종·체크 551종)에 달한다.

최근에는 혜택이 많은 신용카드를 출시해 가입자를 끌어모은 뒤 해당 카드를 빠르게 단종시키는 ‘꼼수’까지 성행해 플라스틱 쓰레기의 배출량이 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드의 플레이트는 7가지로 분류되는 플라스틱 제품 중 가장 해로운 폴리염화비닐(PVC)로 제작된다. PVC는 생산·사용·폐기 단계에서 모두 유독물질을 뿜어내고, 폐처리로 소각 시 독성가스와 환경 호르몬이 대량 발생한다. 대기·토양오염 유발은 물론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화학연구원 부설기관인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7월 미세플라스틱이 세포 손상과 활성산소종 생성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 양재 대기측정소의 강우 시료를 분석한 결과 1리터당 594.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일부 카드사들은 ESG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재활용 플라스틱, 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신용카드 상품 등을 출시하고 있지만, 불필요하게 발급되거나 버려지는 카드의 규모에 비하면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카드는 일반 플라스틱 카드보다 제작 비용이 높아 모든 상품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가입자들에게 소정의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 등을 통해 휴면카드와 이용기한 만료 카드를 수집하고 재활용하는데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