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자,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향후 보험금도 달러로 지급받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달러 보험은 외국계 보험사들이 주로 판매하고 있는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이렇다 할 상품을 거의 내놓지 못한 채 입맛만 다시는 상황이다.

/뉴스1

지난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1원 내린 1337.6원으로 마감했다. 하락 마감하긴 했지만, 이날도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1352.3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2009년 4월 29일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일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오르자, 달러 보험 가입에 대한 문의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 달러 보험에 대한 관심도 적었고 이 같은 상품이 있는지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이달 들어 달러 보험 문의가 작년에 비해 2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달러 보험 상품은 일시납으로 특정 기간에 자금을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저축성 보험이다. 따라서 달러 보험은 상해·파손 등의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을 해 주는 보장성 보험이 주력인 손해보험사보다 주로 생명보험사가 판매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달러 보험 판매는 주로 국내 보험사가 아닌 외국계 보험사에서 주로 이뤄진다. 메트라이프생명이나 푸르덴셜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는 본사가 미국에 있어 국내에서 보험 판매를 통해 조달한 달러화 자금을 자국의 다양한 금융 상품에 재투자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 등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해외 투자 비중이 작아 달러 보험을 통한 자금 조달에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실제로 국내에 진출한 해외 보험사 중 달러 보험 판매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생명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종신보험인 '(무)백만인을 위한 달러종신보험', '유니버셜달러종신' 등을 포함해 6개 이상의 달러 상품을 현재 판매하고 있다.

메트라이프가 판매한 전체 보험 상품 중 달러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메트라이프에 따르면 올 상반기 달러 보험 비중은 35%를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메트라이프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돼 온 일본에서도 달러 보험이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가입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일본 메트라이프생명의 달러 보험 판매 비중은 2010년 40.2%에서 지난해 69.1%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도 달러 보험 상품을 활발히 판매 중이다.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종신·연금 상품을 포함해 약 6개 이상의 달러 보험 상품을 팔고 있다. 미국 AIG에서 출발해 현재 홍콩에 본사를 둔 AIA생명 역시 '(무)마이달러저축보험' '(무)골든타임 연금보험' 등 여러 달러 보험을 판다. 이 밖에 대만 푸본금융그룹의 푸본현대생명도 하반기에 달러 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러한 분위기와는 반대로 국내 보험사들은 아직 달러 보험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생소한 상품이다 보니 환차손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을 미리 고지하지 못하는 등 불완전 판매로 제재를 받을 수도 있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등 국내 3대 생보사 가운데선 삼성생명만 달러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20년 달러 종신 보험 상품을 선보였지만, 이후엔 상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한화, 교보의 경우 지난해 달러 보험 상품 진출을 검토했지만, 수수료 문제 등으로 인해 결국 그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KB생명 등도 달러 보험 상품이 있지만, 외국계 보험사만큼 다양한 상품은 판매하고 있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달러 보험에 대한 수요도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재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생보사들이 달러 보험 출시에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위험과 환전 수수료 비용 문제 등이 해결되면 앞으로 달러 보험 상품 개발에 뛰어드는 국내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