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323410)·케이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가 연내 금융당국과 약속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 달성을 코앞에 뒀다. 기준금리 인상 속 대출 비중이 올해 2분기에만 최대 5%포인트(p) 가까이 늘어나면서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올 하반기 투자심리 악화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이라는 또 다른 과제에 부딪혔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의 6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2.2% ▲케이뱅크 24.0% ▲토스뱅크 36.3%다. 이는 지난 3월 말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카카오뱅크 2.3%포인트 ▲케이뱅크 3.8%포인트 ▲토스뱅크 4.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중·저신용자 신용 대출 비중은 각 인터넷 은행의 전체 가계 신용대출에서 개인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KCB 850점 이하) 대출자에 대한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이 고신용층 위주의 보수적인 대출 영업을 한다고 지적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를 주문했다.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25% ▲케이뱅크 25% ▲토스뱅크 42%로, 6개월 만에 이에 상당히 근접한 셈이다.
지난해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당시 약속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채우지 못했다. 3사 모두 당초 목표치보다 적게는 3.8%포인트 많게는 11%포인트 모자랐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했던 점이 주된 원인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고신용자 대상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권 전반적으로 대출금리가 인상됐고,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금리 차이가 준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런 상황 속 연말 중·저신용 대출 비중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대안정보를 활용한 신용정보모형(CSS)을 고도화하고, 심사전략을 세분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서다.
가장 시급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로부터는 한숨 돌렸지만, 이들 은행 앞엔 더딘 성장 등 다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대표적으로 ‘국민주’로 불리던 카카오뱅크는 최근 2만7000원대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8월 상장 후 최고가(장중 9만4400원)보다 약 70%가량 하락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등 규제로 인한 성장세 둔화 우려와 KB국민은행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 주주 이탈 가능성이 잇달아 거론된 탓이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는 최근 주식시장 침체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향후 일정이 안갯속에 빠졌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 하락도 악재다.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연 2% 이자의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인기를 끌었던 토스뱅크는 금리가 오르면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플랫폼 금융서비스 활성화 방안 등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규제 완화 정책이 전통적인 은행의 플랫폼화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금융모델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