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카드가 애플과 협력해 다음달부터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증시에서 밴사(카드 단말기 업체)들의 주식이 출렁이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만약 애플페이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카드는 물론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각 변동까지 불러올 수 있어 금융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현대카드, 애플페이 도입 소문에 관련 업체 주가 급등
16일 카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페이가 다음달 국내 도입된다는 소문은 지난 8일 시작됐다.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신을 밴사 관련 개발자라고 소개한 한 이용자가 “현대카드가 독점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 글이 올라온 뒤 같은 날 한 매체는 “현대카드가 애플과 애플페이를 국내에 단독으로 서비스하기로 협의를 마치고 국내 밴사들과 세부적인 결제망 개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KICC), 키스(KIS)정보통신 등 국내 대형 밴사 3곳이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단독 결제에 대한 기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후 국내 증시에서 해당 밴사들의 주가는 급등했다. 한국정보통신은 8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다음날에도 오전 한 때 주가가 17% 넘게 치솟았다. 나이스정보통신 역시 8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날보다 7.4% 올랐다.
10일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국내 독점 서비스하기 위한 방안으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를 통해 9월부터 애플페이 결제를 먼저 선보일 예정이란 보도까지 나왔다.
◇ 현대카드 “말도 안되는 뜬소문” 일축… 비용 문제로 애플페이 도입 어려워
그러나 이 같은 소문에 대해 현대카드는 사실이 아니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해주기 어려운 게 아니라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애초에 애플과의 계약도 이뤄지지 않았으니 밴사들과의 계약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카드 고위 관계자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애플과 계약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애플페이 서비스를 위해 밴사와 계약을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애플페이를 도입하는 것은 현대카드 입장에서 좋은 뉴스인데 발뺌할 이유도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코스트코에 애플페이를 서비스한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지금부터 우리가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9월까지 준비를 마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9월이 되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대카드는 애플과 협상을 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의 협상은 애플이 지난 2015년부터 현대카드 뿐 아니라 하나카드, 티머니 등 국내 여러 카드사와 진행하고 있었다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사실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애플페이가 국내 곧 서비스될 것이란 뉴스는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결국 다 불발로 끝났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그만큼 애플과의 협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수료율 협상도 문제지만 애플 측은 애플페이에 필요한 근거리무선통신(NFC) 지원 단말기 설치와 비용 투자를 카드사에 요구하는 상황이다.
삼성페이는 기존 마그네틱 카드 리더기에서도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애플페이는 NFC 전용 단말기가 필요하다. NFC 단말기 한 대당 20만원 수준인데 국내 NFC 보급률은 1% 수준으로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국 카드 가맹점만 280만개에 달한다. 카드업계는 결국 카드사가 아닌 애플의 한국 투자 의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과의 협상이 쉬운 일이었으면 벌써 도입이 되지 않았겠느냐”며 “애플페이 도입을 위해 애플과 접촉을 해도 지난 4~5년처럼 지지부진한 협상이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 애플페이 국내 들어오면… 국내서 삼성 갤럭시 위상 흔들릴 수도
만약 애플페이가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비단 카드업계 뿐 아니라 스마트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데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의 효과도 컸다.
삼성페이는 국내에서 1500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지갑 없이 외출하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될 경우 많은 갤럭시 사용자들이 애플의 아이폰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세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테스트베드(test bed)’로 꼽힌다”며 “삼성전자가 애플페이의 도입으로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