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플랫폼 폴리곤의 마이클 블랭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의 역동적인 에너지에 매료됐다”며 “한국에서 조직을 구성하고 투자를 늘려 게임, 드라마 등 여러 산업에 활발히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선비즈는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에서 블랭크 COO를 만났다. 블랭크 COO는 블록체인 자문사 블리츠랩스가 주최한 ‘2022 코리아 웹3.0 로드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폴리곤은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사이드체인(Side-chain) 등 다양한 기술을 갖고 있다. 특히 거래 처리 속도가 수요보다 더딘 이더리움의 ‘확장성’ 문제를 개선해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갖춘 기업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리곤 네트워크 안에는 여러 애플리케이션,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프로젝트들이 존재한다. 이런 네트워크 안에서 통용되는 결제 수단은 폴리곤(MATIC) 코인이다.
블랭크 COO는 폴리곤이 대체불가토큰(NFT)과 게임 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자회사 폴리곤 스튜디오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폴리곤 스튜디오는 현재 200개가 넘는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월트디즈니, 메르세데스-벤츠 등 여러 업종의 글로벌 기업들과도 손잡고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폴리곤은 다가올 웹3.0 시대의 중심지로 한국을 점찍고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게임회사인 네오위즈와의 파트너십을 포함해 인기를 끌고 있는 ENA 채널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협업을 맺은 것이 대표적이다. 폴리곤은 한국 시장에서의 가상자산 사업을 위한 공개 채용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마이클 블랭크 COO와의 일문일답.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가상자산 업계에 뛰어들기 전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20년간 일해왔다. 일렉트로닉아츠(EA) 수석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전략 부문을 담당했다. EA에서 게임 구독 서비스뿐 아니라 디지털 게임 플랫폼을 담당하기도 했다. 게임 플레이어들을 다른 사람들이나 플랫폼 등에 연결하는 일도 EA에서 경험했다. 당시는 웹2.0 시대였으나 내가 해온 업무는 웹3.0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던 셈이다.”
웹3.0란 무엇인가.
“웹3.0 세계의 특징은 자신이 만든 것에 대한 직접적인 소유권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으로 설명하자면 플레이어들이 그들이 원하는 게임을 어디서, 언제, 어떻게 할지에 대한 통제권을 갖게 된다. 폴리곤은 이러한 웹3.0의 핵심 가치를 단순히 게임뿐만 아니라 금융, 거버넌스,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넓혀 나갈 계획이다.”
폴리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달라.
“폴리곤은 세계 최고의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이다. 개발자가 웹3.0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등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자 인프라다. 폴리곤은 탈중앙화와 각자의 디지털 소유권을 허용하는 환경을 지향한다.”
한국을 웹3.0의 요충지로 지목했다.
“한국은 혁신의 온상이다. 한국은 항상 가장 활기찬 게임 생태계를 자랑해왔다. 나도 게임업계 종사자 중 한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종종 부러워했다. 한국은 크고 작은 게임 회사들이 혁신과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폴리곤에서 나와 다른 동료는 한국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한국은 우리가 개발한 게임 성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훌륭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나.
“한국 게임 시장을 지원하고자 팀을 채용할 예정이다. 파트너 매니저, 기술 매니저 등 현지에서 운영할 수 있는 인력 중심으로 팀을 꾸릴 계획이다. 팀의 규모는 한국 내 수요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 아마 10명에서 30명 정도로 예상한다. 단순히 게임만이 아니라 드라마, 엔터테인먼트 분야 등에도 협력을 강화할 생각이다.”
폴리곤은 이더리움의 확장성을 개선했다. 그러나 이더리움이 오는 9월 업그레이드를 통해 확장성을 보완하면 폴리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대대적인 업그레이드 ‘더 머지(the merge)’ 이후에도 이더리움은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더리움 성능을 보완하는 폴리곤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 것으로 기대한다. 폴리곤으로 이더리움을 보완하면 수수료가 절감되고 속도 또한 빨라지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루나 사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안타깝지만, 디지털 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불행하게도 루나 사태가 가상자산 업계에 신뢰를 깎은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을 의미하진 않는다. 폴리곤은 여전히 한국 시장을 믿기 때문에 이곳에 와 있다.”
※ ‘루나 사태’는 지난 5월 권도형 테라폼램스 대표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루나 가치가 일주일 만에 99% 이상 폭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상자산으로 여겨졌던 스테이블코인 루나가 무너지면서 가상화폐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동반 급락했다.
최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여러 가상화폐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자산 시장 불경기)’가 왔다는 의견이 많다.
“가상자산 가격 하락에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Meta)와 NFT 관련 협력을 맺기로 했으며 이베이, 프라다 등 여러 기업과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고 있다. 불경기에서도 기회는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웹3.0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혁신의 장소다. 이번 방한을 통해 느낀 점은 한국의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목격한 게임 혁신 등을 세계 다른 곳과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난 혁신은 세계 곳곳의 귀감이 될 수 있다. 다음에도 좋은 기회로 한국을 계속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