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어린이보험(자녀보험) 시장을 두고 손해보험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현대해상(001450)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가운데, 후발 주자인 KB손해보험이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어린이보험은 자녀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드는 보험이다. 매년 출생아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고가 상품 개발이 늘고 만 30세까지 가입이 가능해 어린이보험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한 유치원 어린이들의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약 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어린이보험 시장에서 현대해상은 점유율 60%대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출생아 대비 가입 기준 점유율(자체 추산)은 62.9%를 기록했다. 전체 태아 대비 가입률은 65.9%에 달한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4년 업계 최초로 특약 형태가 아닌 어린이 전용 종합보험을 출시해 시장 선두 주자로 올라섰다. 지난 5월까지 어린이보험 누적보험 판매량은 약 460만건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자녀가 출생한 직후나 이보다 앞선 태아 시기에 어린이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해상은 산후조리원이나 맘 카페 등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결과 일찌감치 어린이보험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한다.

현대해상에 이어 DB손해보험(005830),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삼성화재(000810) 순으로 어린이보험 시장의 순위가 형성돼 있다. 각 회사가 구체적인 점유율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 간 점유율 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KB손보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특히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는 오은영 박사를 앞세워 대대적인 어린이보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KB손보는 올 상반기에 정신과학과 전문의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를 모델로 'KB금쪽같은 자녀보험'의 TV 광고를 선보인 데 이어 하반기에도 후속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TV광고를 하는 경우는 많지만, 특정 상품을 TV광고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KB손해보험 제공

KB손보는 이 같은 광고·마케팅에 힘입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어린이보험 상품 5만3000건을 판매했다. 월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대비 1.7배 증가한 수치다. 현대해상 내부에서도 KB손보의 오은영 마케팅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화재는 KB손보와 달리 어린이보험과 관련한 특별한 광고·마케팅을 펼치지는 않고 있다. 대신 ▲보장 확대 ▲인수기준 완화 ▲다이렉트 상품 강화 ▲보험업계의 특허권인 '배타적 사용권' 획득 등으로 어린이보험 상품 내실을 다진다는 입장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어린이보험 시장이 향후 미래 고객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상품이 큰 차이가 없다"며 "이미 현대해상이 선두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에 TV 광고나 마케팅에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보험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어린이보험이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자동차보험처럼 필수 가입 상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어린이보험이 초기에는 일반 배상 책임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학폭(학교폭력), 정신치료, 발달장애 치료 등 보장 범위가 확대됐다"면서 "한 자녀 가정이 많은 요즘 자녀 보호에 대한 관심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어 어린이보험 시장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