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5주년을 맞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올해 상반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성장성 둔화 우려,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23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만 놓고 보면 당기순이익은 570억원, 영업이익은 744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7%, 6.8% 감소했다. 미래 경기 전망을 반영한 추가 충당금 영향이라는 게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시장 안팎에선 카카오뱅크의 강점이던 금융플랫폼 성장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등으로 성장세가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플랫폼 수익은 제휴증권계좌, 제휴신용카드, 연계대출, 미니(mini), 광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리 인상기를 고려했을 때 카카오뱅크가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카카오뱅크는 전월세 대출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담보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해, 대손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카카오뱅크도 이날 오전 열린 2022년 상반기·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4년 이내에 신용대출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월세 대출 등 담보 대출 비중을 70%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시장 악화로 주담대의 경우 기대했던 것보다 취급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주담대, 전월세 대출 등 안정적인 대출 비중 규모를 향후 3~4년 이내 70% 이상 달성하는 수준으로 계획하고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도 “제휴사를 증권계좌 개설과 연계대출 모두 지속해서 늘리고 있고, 미니를 통한 고객도 늘어나고 있어서 계속 성장의 기반들은 마련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트래픽과 활동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서비스 확대를 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올해 2분기 영업효율화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이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윤 대표는 “상반기 CIR은 전사 운영비·인건비 상승·오피스 이전에 따른 임차료 증가, 주담대 등 신상품 출시 홍보, 중·저신용자 비중 확대를 위한 광고선전비 증가, 개인사업자와 주담대 등 신사업 관련한 신규 채용으로 인한 판매관리비가 상승했다”라며 “당초 예상했던 40% 수준보다 다소 높은 CIR을 예상 중”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하지만 대출 규모 확대와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CIR은 지속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말 목표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25%에 대해선 카카오뱅크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 2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2.2%다.
다만 업계에서는 속도감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중·저신용 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게 책정되지만 그만큼 잠재 부실 위험도 있어 성장성에 부정적이라는 평이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3월 말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율은 19.9%였는데, 약 3개월 만에 2.3%포인트(p) 증가했다.
카카오뱅크는 2분기 비이자이익 감소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펀드 판매를 제시했다. 윤 대표는 “중기적으로 펀드 상품을 제공하기 위한 인과 프로세스를 빠르게 추진해 내년 상반기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신용카드의 경우에도 제휴 신용카드 사업을 모든 카드사로 확대해 범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현재 진행하고 있고, 라이선스 취득을 통한 직접 진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신규 사업을 위해서 상반기에 적극적인 채용을 진행했었다”면서 “최근 매크로 환경(거시 경제 악화 상황)을 반영해 채용 전략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