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김미라(35)씨는 최근 한 모바일상품권(기프티콘) 거래 플랫폼에서 이마트 상품권 25만원권을 5%(1만2500원) 할인된 23만7500원에 구매했다. 최근 급격히 상승한 장바구니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기프티콘 금액을 다 쓰지 않더라도 잔액을 현금으로 받거나, 현금성 머니로 전환해 아파트 관리비나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고물가 시대에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다양한 재테크 방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사들도 ‘짠테크(짠돌이+재테크)’에 나선 이들을 겨냥해 모바일상품권 거래 등 여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는 것은 모바일상품권이다. 금융기술(핀테크) 업체 핀크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이 회사의 상품 판매 순위에서 6가지 종류의 모바일상품권이 10위 안에 들었다.
이마트 상품권은 전체 판매량의 56%로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상품권 구매수량은 9개, 구매액은 27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핀크 기프티콘몰에선 백화점·마트·커피숍·화장품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상품권을 실제 가격보다 최대 18% 할인된 금액에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상품권은 액면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면 차익이 발생하고, 30%의 세금 공제도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또 교환 매개 수단으로서 화폐의 기능도 갖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약 382만원이었다. 모바일상품권을 실제 가격보다 5% 저렴하게 매입해 생활비에 사용할 경우 월 19만1000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핀크 관계자는 “모바일에서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매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른바 ‘기프테크(기프티콘+재테크)’가 고물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핀크의 경우 전체 상품권 구매자 가운데 본인선물의 비율이 93%를 차지하는데, 이를 통해 상품권을 선물이 아닌 자신의 재테크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상품권을 사는 것뿐만 아니라 판매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모바일상품권 거래 플랫폼 기프티스타와 제휴를 맺고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쏠(SOL)’에서 운영하는 ‘모바일쿠폰 마켓’을 통해서다. 소비자들은 모바일상품권을 정가 대비 평균 12~16%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고, 팔 때 쿠폰 이미지를 등록하면 예상 견적도 파악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당초 MZ세대 전용 브랜드인 ‘헤이영’ 고객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후 1년 만에 이용자가 50만명을 넘는 등 인기를 끌자 범위를 전체 고객으로 확대했다.
최근에는 모바일상품권의 중고 거래도 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에 따르면 올해 4월 이 사이트에 등록된 모바일상품권의 총 규모는 약 73억원이었지만, 6월에는 약 98억원으로 증가했다. 7월에는 이 규모가 1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솔희 중고나라 데이터팀 매니저는 “최근 20~30대들이 4000원 이하의 모바일 상품권·쿠폰을 액면가 대비 60~80%까지 할인된 금액으로 등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모바일상품권 거래 외에도 다양한 이색 재테크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의 ‘마이플레이스 영수증 리뷰’ 서비스는 이용자가 오프라인 상점을 방문한 뒤 영수증 사진과 함께 방문 후기를 올리면 포인트를 10~50원씩 지급한다. 해당 서비스는 2019년 개시 이후 약 1년 만에 이용 건수가 1억건을 넘어섰다.
삼성화재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착!한드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량 주행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된 안전운전 점수를 확인한 뒤, 점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이다. 안전운전에 따른 포인트는 1회 최대 100포인트, 월 최대 5000포인트까지 적립된다. 포인트는 보험료를 납입하거나 모바일상품권 구입 혹은 기부에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