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의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지난해부터 한국 법률 사무소를 통해 상표권 특허 출원을 신청하며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FTX는 한국 법률사무소 C사를 통해 상표권 특허를 신청하고 현재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허청 등에 따르면 FTX는 ‘에프티엑스 트레이딩 엘티디(FTX trading LTD)’이란 이름으로 지난해 12월 13일과 올해 1월 20일 두 차례에 걸쳐 상표권 특허를 신청했다. 특허청은 현재 심사관을 배정한 상태다.
FTX는 일일 거래 대금이 2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대표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다. 30살의 억만장자인 샘 뱅크먼-프리드먼이 이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포브스 집계 기준 그의 순자산은 205억달러(26조8000억원) 정도다. FTX의 몸값은 약 42조원으로 추산된다.
FTX는 올해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유동성 위기에 놓인 일부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며 경영권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가상화폐 대출 업체 블록파이다. FTX는 지난 7월 블록파이에 자금을 대는 조건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FTX는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지분 7.6%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번에 빗썸 인수에 나선 것도 가상화폐 가격 급락으로 거래소의 가치가 떨어지자 오르기 전에 미리 매입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 20% 정도를 차지해 업비트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빗썸의 지주회사 격인 빗썸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 비덴트(121800)는 FTX의 빗썸 인수 접촉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비덴트는 빗썸홀딩스 지분을 약 34% 보유하고 있다. 비덴트 측은 “FTX와 빗썸 인수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며 “공동매각 또는 우선 매수권 행사를 통해 인수 또는 공동경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FTX 인수가 불발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전부터 빗썸을 인수하려는 업체들은 많았으나, 복잡한 지배구조 때문에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진 곳”이라며 “이전에도 JP모건 등 외국계 자본이 빗썸을 인수하려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인수에도 복잡한 지배구조가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