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시장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약정한 금리를 적용하는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향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전월보다 0.4%포인트(p) 오른 2.3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에 따라 당장 내주부터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급등할 전망이다. 코픽스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산정 기준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p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특히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느끼는 이자 압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금리 상승이 예견됐음에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예금은행들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82.6%로, 2014년 1월(8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외벽에 걸려있는 대출금리 현수막. /뉴스1

반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월 23.7% ▲2월 22.1% ▲3월 19.5% ▲4월 19.2%, ▲5월 17.4%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4개월째 감소하고,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이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차가 커진 탓이 크다. 예를 들자면 KB국민은행의 KB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4.75%~ 6.25%인데, 변동금리는 연 3.74%~4.94%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차이가 1%p 이상 벌어졌다. 이렇다 보니 차주들이 대출을 받을 때 당장의 이자 부담을 줄이려 고정금리보다는 이자율이 낮은 변동금리를 택하는 것이다.

송재창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금리 차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고정금리형 정책모기지 상품의 취급 비중이 소폭 축소된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고정금리와 혼합형 변동금리의 차가 약 1%p 이상 나다 보니 차주들이 쉽사리 고정금리형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안팎의 단기 대출이 아니라면 금리 인상기인 점을 감안해 ‘고정금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조언이다. 고정금리 대출이 잠재적인 금리(이자율) 상승을 피할 방안이 될 수 있어서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정한다. 변동금리는 6개월 또는 1년마다 재산정된 기준금리를 반영한다. 혼합형은 대개 3년 또는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이후 6개월씩 금리가 시중 금리에 맞춰 변동된다. 반면 고정금리는 금융채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 영향을 바로 받는다.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변동금리에 편중돼 있는데 향후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리스크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단기 대출이 아닌 경우 고정금리를 택하거나 대출 갈아타기를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관리를 위한 규제 및 대출 상품의 설계에 관한 연구를 통해 “주택담보대출이 많을수록 경기 진폭은 더 커지며,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의 모형경제는 변동금리부 모형에 비해 외부에서 생겨난 충격에 대한 반응이 더 작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론상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부 주택담보대출이 경기 안정성 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정부가 45조원을 지원하는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변동금리로 주담대를 받은 경우, 9월부터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정책 상품이다. 대출 금리를 몇년 간 연 4%대로 묶어둘 수 있다. 다만 올해는 집값이 4억원 이하 소득 연 7000만원 이하만 신청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소득 제한 없이 집값이 9억원 이하인 경우도 신청 가능하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안 된다면, ‘금리상한형 대환대출’도 방법이다. 1년 내 금리 인상 한도를 0.45~0.75%p, 5년간 2%p로 제한한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