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오름세 속 주요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상향해 연 3~5%대 예금 및 적금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최근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과 정치권 안팎의 압박과 비판 수위가 세진 데다, 은행별로 줄을 세우는 예금 금리 공시 제도 도입을 의식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적금 금리를 올림으로써 고객 및 자금 유입을 늘려 하반기 대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자본건전성 지표를 끌어올리려는 셈법도 깔렸다.

사진=뉴스1

8일 신한은행은 예적금 상품 25종에 대한 기본금리를 최고 0.7%포인트(p) 올렸다. 상품별 가입 기간에 따라 거치식 예금 3종은 0.5%p ~ 0.7%p, 적립식 예금 22종은 0.3%p ~ 0.7%p 인상된다. 대표적으로 ‘신한 쏠만해 적금’ 금리는 최고 연 5.3%, ‘신한 알쏠 적금’ 1년 만기는 최고 연 3.7%가 된다. ESG 상품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은 0.7%p 오른 연 3.0%, ‘아름다운 용기 적금’은 0.7%p 인상한 최고 연 3.7%로 각각 변경된다.

Sh수협은행은 이달 4일부터 주요 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3%p 올렸다. 최대 연 3.1% 금리를 받을 수 있는 ‘Sh플러스알파예금’과 최대 연 3.2% 금리를 받을 수 있는 ‘Sh플러스알파적금’ 상품도 출시했다. NH농협은행도 금리 연 3%대인 정기예금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금리 차별화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케이뱅크는 최근 공격적인 ‘손님 잡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의 금리를 기간 별로 최대 연 0.60%p 인상했고, 8일 ‘코드K정기예금’의 가입기간 100일에 한정해 우대금리 연 1.2%를 제공해 최고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이벤트에도 나섰다.

지난달에는 ‘코드K 자유적금’ 연 5%(3년) 금리 적용 이벤트를 두 차례 진행했는데 1차에서 이틀 만에 10만좌를 달성했고, 지난달 17일 앵콜 이벤트에서 10일 만에 10만좌가 추가로 완판됐다. 케이뱅크 ‘주거래우대 자유적금’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연 2.7%에서 연 3.2%로 올랐다. ‘코드K 자유적금’ 금리는 가입기간 1년은 연 2.90%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1일부터 예적금 기본 금리를 최대 0.40%p 올렸다. 만기 6개월짜리 ‘26주적금’ 금리는 연 3%, ‘3년 만기 자유적금’은 연 3.4%, ‘3년 만기 정기 예금’ 금리는 연 3%가 됐다.

토스뱅크가 지난달 출시한 금리 연 3%의 ‘키워봐요 적금’은 출시 3일 만에 10만좌를 돌파했다. 토스뱅크가 지난해 10월 출범과 동시에 내놓은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 ‘토스뱅크통장’은 인기몰이를 했다. 기존 시중은행 수시입출금식 예금통장의 금리가 연 0.1%에 불과했는데, 이 상품은 최대 1억원까지 연 2% 금리를 제공한다. 이후 다른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 등 업계 후발주자들도 앞다퉈 특별 상품을 출시했다.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수신 금리 인상에 나서고 과도한 예대마진(이자수익)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가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인상기 속 ‘예대금리 차 공시’가 확대 시행돼 은행별 금리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일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 공시를 확대하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구체화한 개선안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전체 은행의 예대금리차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소비자가 은행 자체 등급이 아닌, 자신의 신용점수에 맞는 대출 금리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공시 주기도 기존 석 달에서 한 달로 짧아진다.

이와 함께 IT회사나 핀테크 업체들이 시중 예금 상품을 묶어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업’도 시범 운영된다. 금융위는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수신상품 금리 비교 서비스를 민간이 할 수 있게 되면, 은행과 수요자(고객)의 정보 비대칭성이 완화할 수 있고, 은행 간 금리 경쟁을 유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예대 금리 차 공시와 함께 은행업종의 건강한 경쟁을 유도하는 규제 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 예금 금리가 올라가면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대출 금리 역시 상승한다. 예금 등 조달 금리에 가산 금리를 더해 대출 이자가 산정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은행들의 자금조달비용도 늘어 다시 대출금리를 밀어올린다”면서 “대출을 보유한 차주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0.5%를 유지했고 ▲작년 8월 0.75% ▲작년 11월 1% ▲올해 1월 1.25% ▲4월 1.5% ▲5월 1.75%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