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이르면 연내 상장이 가능하다. 다만 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 중 처음으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카카오뱅크(323410)가 최근 몸값이 급락한 만큼, 케이뱅크가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주권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접수했다. 통상 거래소의 상장 심사 기간이 2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케이뱅크는 오는 9~10월 중 예비 심사를 통과하고 11월쯤 상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JP모간·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이며, 삼성증권이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제공

관건은 케이뱅크 기업가치가 얼마로 책정되는지 여부다. 시장에서는 케이뱅크 가치를 6~8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케이뱅크의 주당순자산비율(PBR)을 각각 3.5배, 4.3배로 산정했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배수로, 은행업종에 속한 기업의 몸값을 평가할 때 주로 활용한다. 카카오뱅크 역시 지난해 IPO 당시 PBR 지표를 활용해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동종업계 경쟁사인 카카오뱅크 주가가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케이뱅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높은 성장성과 카카오라는 플랫폼 가치를 둘러싼 기대감으로 상장 첫날 시초가 5만3700원 대비 6만9800원에 장을 마치며 KB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 대장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1일 3만원대 아래로 거래를 마감했다.

일러스트=이은현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이른바 IPO 대어들은 기관 수요예측까지 마치고도 공모청약 직전 유가증권 시장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수요를 끌어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시장 악조건에서 케이뱅크가 IPO를 추진하는 배경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대 주주인 BC카드(33.7%)가 상장을 원한다는 점도 배경 중 하나다.

BC카드는 지난해 사모펀드(PEF) 등 신규 투자자들과 케이뱅크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동반매각청구권(드래그 얼롱)-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IPO가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BC카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사줘야 한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성공하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자본 적정성 이슈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BC카드가 지난해 유상증자 당시 맺었던 제3자 배정 신규 투자자 손실 보장 조건을 순수 자기자본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증자분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계산에서 제외했다. 올해 상장을 완료하면 케이뱅크는 자기자본비율이 11.4%포인트(p) 오르는 효과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