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권역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0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실손의료보험 관련 소비자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실손보험 손실 증가에 따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정당한 보험금 청구도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보험산업은 소비자 신뢰가 매우 중요함에도 여전히 전체 금융민원 중 보험민원이 작년 말 58%에 달하고 있다”며 “최근 실손의료보험 관련 의료자문 및 부지급 증가 등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실손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선량한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의료자문 풀(Pool)에 대한 공정성 확보 등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당면 현안도 계속 살펴봐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금리와 물가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보호도 당부했다. 그는 “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출되는지 살피는 한편, 보험권에도 도입된 금리인하요구권이 보다 활성화‧내실화될 수 있도록 소비자 안내를 강화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보험사가 스스로 재무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위기 시 재무적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보험회사의 자본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현재의 금리 인상 속도가 유지될 경우 자본적정성 등급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원장은 “보험사에서는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평가(ORSA)를 실시하는 등 전사적 자본관리를 강화하고 자본확충 시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기본자본 확충을 우선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 역시 다양한 금리가정을 토대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하는 등 보험회사의 자본적정성에 대한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도 원칙대로 수행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및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작년 말 기준 보험업의 PF 대출 잔액은 42조원이다. 대체투자 규모 역시 195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 원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상승에 따른 공사중단 사태 발생 등으로 PF대출이 부실화될 위험이 증가했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해외 대체투자 부실화 시 후순위 투자 비중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PF 대출 관련 여신감리(Loan Review)를 강화하는 한편, 대체투자 관련 자산 건전성 분류의 적정성에 대해 자체적인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위험에도 대비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이 원장은 “보험회사는 해외채권 등 상당 규모(150조원)를 외화자산으로 운용하면서 91% 가량을 외환 파생상품을 통해 헤지하고 있으므로 회사의 환헤지 전략을 단기에서 장기로 전환해 외화 유동성 관리는 물론,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에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보험사의 미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준비도 당부했다. 그는 “반년 앞으로 다가온 IFRS17 및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의 안정적 도입은 보험업계의 최대 현안”이라며 “신제도 이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회계 시스템 안정화 및 전문인력 확보는 물론, 부채 산출부터 사후검증, 경영공시까지 전 과정에 걸쳐 철저한 준비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보험산업의 규제 혁신도 약속했다. 그는 “스마트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험모집과 함께빅테크의 보험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어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한 규제 혁신도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보험산업이 단순한 위험보장의 역할을 벗어나 국민의 건강한 삶을 케어(care)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온전히 자리잡도록 헬스케어 및 요양서비스 확대를 위해 보험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금융위와 규제개선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또, 이 원장은 “보험업의 부수업무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보험회사가 다양한 사회 공익적인 영역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토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