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8퍼센트 사옥에서 만난 이효진(39) 8퍼센트 대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등록 1주년을 맞은 소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은행서 8년간 근무했던 이 대표는 국내 대출 시장이 은행권이 제공하는 2~5% 저금리 시장과 2·3금융권이 제공하는 20% 이상의 고금리로 양분돼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2014년 8퍼센트를 창업했다.
국내 1호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서비스인 8퍼센트는 중금리 기반의 온라인 개인 간 금융(P2P·Peer to Peer) 대출·중개 플랫폼이다. 투자자가 여윳돈을 8퍼센트 플랫폼에 투자하면, 이를 대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중금리 고객과 매칭해 빌려준다.
8퍼센트는 지난달 기준 누적 대출 취급액 4937억원, 금리 조회 자금 신청 규모는 30조원이 넘었다. 지난해 말엔 페이팔에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 BRV캐피털매니지먼트로부터 투자를 받는 등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734억원 규모다.
이 대표는 “온투업법 시행 전엔 대부업으로 등록했어야 하는 등 몸에 안 맞는 금융법을 누더기처럼 입은 느낌이었다”면서 “그러나 온투업에 등록된 지 1년이 지난 요즘 8퍼센트는 창립 이래 최다 부문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등 성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주주 총회를 통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추가 부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과거 일부 P2P업체가 사기 및 횡령 등 논란이 됐음에도 온투업이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금융소외계층의 대출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P2P 거래를 악용하는 업체가 있었지만, 온투업법이 만들어지면서 사실상 이 문제는 해결됐다”며 “1금융권과 고금리 사이 중금리를 원하는 수요가 많고, 투자적인 관점에서도 예금보다 합리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8퍼센트는 기존 금융기관이 활용하던 평가 요소 외에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모바일 대출 신청자가 이용한 ▲스마트폰 체류 및 사용 시간대, 위치 정보 ▲유의미한 통화 상대 수 ▲계약 진행 단계별 체류 시간 ▲계약 시 클릭의 정확도 등이다. 단 8퍼센트는 대출 신청자의 의도적인 회피 및 오용을 예방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금융기관들은 기존에 활용하던 대출 평가요소가 중심이 되고 있지만, 향후 비금융데이터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돼 유의미한 인과관계가 밝혀질수록 금리 측정이 정교해져 금융 소외자들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가계부채 절감 등 온투업의 순기능이 확대되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온투업 투자, 개인투자 한도 확대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투업법 시행 이후 온투업체는 고금리에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의 이자를 낮춰주고, 기존 금융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적시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규제 개선이 돼야 이런 기능이 확대되고, 기존 금융기관과의 건전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임신 3개월에 8퍼센트를 창업하고, 산후조리원에서 직원을 면접한 일화로 유명하다. 그는 출산 예정일에도 회사를 지켰다.
그는 “이런 경험은 제게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엔 사회 구조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 개인이 어렵게 해결한 것”이라며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해 아직도 손목이 아프다”고 말하며 털털하게 웃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그는 “‘행복한 구성원이 우수한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방향성에 공감대를 갖고 하반기 중으로 새로운 복지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며 “일례로 저녁 회식비를 제한해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