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거주하는 A(26)씨는 지난해 5월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투자해왔다. 그가 현재까지 투자한 금액은 총 3200만원 정도다. 그는 지난해 1000만원을 이더리움(ETH)에 투자해 수익을 올렸다. 이어 2차례에 나누어 각각 1000만원, 1200만원을 추가 투자했다. 그러다 최근 루나 사태로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A씨 수익률도 덩달아 폭락했다. A씨는 “지금까지 3200만원을 투자했지만 남은 건 700만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디파이(DeFi·탈중앙 금융) 코인 등 가상화폐 가치가 전반적으로 폭락했다. 가치가 폭락하자 ‘코인 열풍’을 타고 투자에 합류한 2030 세대의 피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코인 가격의 저점이 오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란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디파이 분석업체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현재 디파이에 예치된 총 코인 및 금액(TVL)은 727억달러(94조2192억원) 규모다. 지난 5월 초 1560억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금액이다.
같은 기간 가상화폐의 대장격으로 알려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도 가치가 폭락했다. 비트코인의 경우 4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반 토막 났다. 이더리움은 2800달러에서 1600달러로 내려앉았다.
유례없는 폭락에 상대적으로 재테크 수단으로 코인을 선호했던 젊은 투자자들 역시 날벼락을 맞았다. 월급을 쪼개가거나 무리하게 금액을 끌어모아 코인 투자에 나섰지만 최근 루나 쇼크 등 일련의 사태로 인해 가치가 휴지조각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 중 몇몇은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이대로 빼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에 억지로 버티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회사원 B(31)씨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디파이, P2E(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 코인 등에 5년 이상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 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등이 발생하자 그의 수익률은 폭락했다. B씨가 소유한 디파이 계열 코인은 70분의 1 수준으로 가치가 줄어들었다. B씨는 “만약 700만원을 넣었다고 한다면 10만원도 남지 않은 상태”라고 호소했다.
앞서 A(26)씨 역시 코인에 3000만원 넘게 투자했으나 80% 가까이 잃었다. 그는 “지금 빼면 아예 손해를 보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버티고 있다”라며 “10년 넘게 넣어 둘 생각으로 코인 거래소 어플을 지웠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가치를 자산에 담보한 스테이블 코인 등이 줄줄이 무너지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 불신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2만달러 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비트코인 저점이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의견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다른 코인들도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보통 가상화폐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에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엔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다”며 “코인 시장에 대한 신뢰도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