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감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은행권을 겨냥해 “금리 조정” 발언을 내놓았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예금 금리에 비해 대출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고 폭도 크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예대 마진의 합리적 조정을 강조한 모양새다.

이 원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대표들도 모두 참석했다. 이 원장과 시중은행장들이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 원장은 은행권에 대출자의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되고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간담회가 끝난 뒤 대출금리의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로 발언을 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원장은 “경제와 금융시장의 방파제는 은행”이라며 “특히 취약계층 충격 완화는 금리 조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금리·물가 인상에 따라 대출자의 부담이 커지자 은행권에 자율적인 금리 조정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금융당국은 은행권과 함께 예대금리 산정체계 및 공시 개선을 추진 중으로 최종안이 확정되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주시기 바란다”며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운영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해 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은행권에 취약차주 보호 방안에 대한 당부도 했다. 이 원장은 “금리 및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경우 채무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나 취약차주 중심으로 부실이 급증할 수 있으므로 이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은행 자체적으로도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 조정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서는 여타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이 원장의 주문에 따라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 인상을 최소화하고, 예금금리를 올리는 등의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대금리를 통해 실질적으로 고객의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가산금리 조정, 우대금리 확대 등을 보고, 예금금리를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기간에 가능할지는 모르겠고 금융당국에서 공식적인 지침 내려오는 걸 보고 판단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금리에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민간금융인 은행에 예대금리를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난해 가계부채 문제로 대출 수요 조절을 위해 당국의 지침에 따라 가산금리가 조정된 부분이 있는데 은행의 과도한 수익을 얻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렸다고 비춰지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보는 “직접적으로 금리를 어떻게 올려라 하는 게 시장 개입이라고 본다”며 “은행들이 스스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 개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