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진 핀테크업체 뱅크샐러드가 출시한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최근 MZ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서 인기다. 지난해 10월 서비스 오픈 이후 약 5개월 만에 8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신청했고, 신청자의 87%가 MZ세대다. 매일 오전 10시에 700명 한정으로 받는 선착순 신청은 대학교 수강신청급인 30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뱅크샐러드가 유전자 분석업체 마크로젠과 손을 잡고 출시한 이 서비스는 한국인 표준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국인에 특화된 검사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검사 비용은 10~50만원 수준이지만, 이 서비스의 모든 비용은 무료다. 이른바 ‘유전자 성격유형검사(MBTI)’로 불리는 뱅크샐러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키트. 검사 키트는 피검사자의 타액을 담는 플라스틱병과 노즐, 타액의 변질을 방지할 타액 보존액, 반송용 봉투 등으로 구성됐다. /정민하 기자

검사 방법은 단순했다. 지난달 24일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유전자 검사를 신청하자, 이틀 뒤 검사 키트가 집으로 배송됐다. 검사 키트는 피검사자의 타액을 담는 플라스틱병과 노즐, 타액 변질을 방지할 타액 보존액, 반송용 봉투 등으로 구성됐다. 병에 타액을 담고 보존액을 넣어 흔들어준 뒤, 반송 신청을 하면 검사 준비가 끝나게 된다.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진 약 3주일이 걸렸다. 검사 결과는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전문용어와 숫자 나열 대신 그림 카드와 직관적인 표현 형태로 제공됐다. 또 자신의 유전율과 유전자 특징이 국내 상위 몇 %에 해당하는지도 알 수 있다. ‘유전율’은 유전적 요인이 기여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환경 요인에 비해 유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개인별 유전체 형질 중 타고난 강점 세 가지를 보여줬다. 검사 결과 지방산 농도(오메가-6) 관련 불포화 지방산 합성 유전자 조합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앱은 이를 ‘내 지방은 좋은 지방. 혈관 건강을 타고났어요’라고 설명했다. 유전율은 52%로, 한국인 100명 중 5등에 해당하는 구성이었다.

다음은 쓴맛 민감도가 낮아 쓴 음식을 잘 먹는 형질인 ‘한약 원샷’이 나왔다. 이 유전자형은 유전에 영향을 받을 확률이 15% 정도로, 쓴맛 유전자가 활성화된 사람은 일반인보다 100배 이상의 쓴맛을 느낄 수 있다. 또 알코올 분해 유전자가 활성화돼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이 우수하다며 기자가 ‘타고난 술고래’로 표현됐다. 뱅크샐러드는 이외에도 총 65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유전자 정보를 제공했다.

유전자 검사 분석 결과는 뱅크샐러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앱 캡처

그동안 ‘자산 관리’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던 뱅크샐러드가 고가의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배경엔 ‘디지털 헬스케어(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의료 서비스)’ 시장 선점 목적이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063억달러(약 136조원)에서 연평균 29.5%씩 성장해 2026년 6394억달러(약 8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뱅크샐러드는 최근 135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해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건강 정보가 개인정보 중에서도 내밀한 부분인 만큼 관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고객 데이터는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라는 목적으로만 활용되고, 추가 동의 없이 제삼자에게 절대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뱅크샐러드는 엄격한 보안 심사를 거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본인신용정보관리업 인가를 받은 업체”라며 “금융기관에 준하는 보안체계로 고객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