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매각이 본격화된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KT가 인수전에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KT를 대신해 우리금융지주가 유력한 롯데카드 인수사로 떠올랐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최근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을 대상으로 의사를 타진 중이다.
현재 KT는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 의지가 꺾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KT는 계열사인 BC카드, 케이뱅크 등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목적으로,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였었다.
KT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KT가 금융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를) 검토는 했으나 예상 매각가가 너무 비싸 의지가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3년 전 롯데카드를 1조3810억원에 인수했는데, 현재 매각가는 3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남은 임기가 1년도 되지 않는 구현모 대표가 내년 초 연임을 노리는 상황에서 수조원을 베팅하는 것은 이사회에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KT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수장과 경영진이 물갈이됐다. 이에 따라 구 대표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KT가 올해 무리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대신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롯데카드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 차원에서 증권사 인수를 추진했지만,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없고 최근 증권시장 상황도 좋지 않아 인수 작업을 미뤄왔다. 우리금융이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우리카드와 합쳐 업계 2위 카드사를 보유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롯데카드의 지분 20%를 보유, 인수 우선검토권(우선매수권)을 이미 가지고 있다. 우선검토권은 MBK파트너스 측이 인수 후보와 롯데카드 매각가에 합의하면 우리금융이 해당 가격 이상으로 인수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아직 롯데카드 인수를 적극 추진한다고 이야기할 수준은 아니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금융권 일각에선 하나금융지주 등 제3의 후보가 롯데카드 인수사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카드 내부적으로도 KT보다 금융지주사로 인수되는 그림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이동통신사보다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수밖에 없고 시중은행을 보유한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