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신용대출의 ‘연소득(연봉) 이내’ 한도 규제가 다음 달 풀릴 전망이다. 이에 신용등급이 좋은 사람은 주요 시중은행에서 자신의 연봉보다 많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봉 이내 신용대출 규제가 다음 달 효력을 잃을 것으로 가정하고 관련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대응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에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수준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해왔다. 지난해 12월엔 금융위원회가 신용대출 연 소득 이내 취급 제한 규정을 금융행정지도로 ‘가계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명시하고 효력 기한을 오는 30일로 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 8월 이후 약 10개월 간 신용대출을 연 소득 범위로 제한했다. 이전 신용 대출 한도는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직장 정보 등에 따라 많게는 연 소득의 2~3배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 규정이 오는 6월 말 이후 추가 연장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다음 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만 충족한다면, 은행권에서 다시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기대할 수 있게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행 연봉 이내 한도 규제가 경직적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폐지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연봉 이내’ 신용대출 규제가 사라지면, 전세 관련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7월 말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기에, 이미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한도인 5억원까지 꽉 채운 세입자는 오른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려면 신용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18년 9월 5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 입주한 세입자(전세대출 4억원 조달) A씨는 2020년 9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보증금을 6억1500만원(4%대 인상률)까지만 올렸다. 당시 인상분 2500만원은 전세대출을 더 받지 않고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은 한 번만 쓸 수 있기에 다시 2년이 지난 오는 9월엔 전세 보증금이 크게 올라간다. 이달 기준 이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 시세는 8억8000만원으로, 세입자는 2억650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 오는 7월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이 가능해지면, 연봉 8000만원인 A씨는 올라간 전세 보증금 중 상당액을 신용대출로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은행의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대출에 대해 “전반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이지만, 경제 규모와 비교해 가계부채 수준이 여전히 높은데다 4월에 다시 증가세(전체 예금은행 통계)로 돌아선 만큼 여전히 금융 불균형 위험을 기조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