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루나 쇼크’가 확산되면서 루나코인(루나클래식) 거래가 곧 정지된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루나클래식 보유자들이 코인을 처분할 수 있는 기간을 약 한 달 정도 못 박아둔 상태다.

한 달이 지나면 해당 코인을 찾을 수도 처분할 수도 없다는 얘기인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출금 기간을 정해두는 것은 소비자 권리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손민균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는 루나클래식의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 거래 지원 종료가 되면 보유자들은 루나클래식 입·출금을 비롯한 모든 거래 행위를 국내에서 할 수 없다.

다만 루나 2.0이 발행됨에 따라 국내 거래소들은 기존 루나클래식의 ‘출금’은 일시적으로 허용했다. 여기서 출금이란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예치한 코인을 거래하기 위해선 이를 보관된 거래소에서 꺼내야 하는데, 이러한 행위를 출금이라고 부른다.

루나클래식 보유자들이 출금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루나클래식의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됐더라도 단돈 얼마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거래정지 혹은 상장폐지가 되기 전에 코인을 개인 지갑으로 옮겨둬야 한다. 해외 거래소 중에서는 여전히 루나클래식 거래가 가능한 곳이 있는 만큼, 출금을 해두면 추후 해외 거래소를 통해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루나 쇼크가 발발하며 루나클래식이 급락하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루나 2.0 출시를 약속했다. 그는 루나클래식 보유자에게 새로 발행되는 코인의 70%를 기존에 보유한 코인 양에 따라 배분해 주겠다고 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어진 루나클래식을 무한정 보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출금 지원을 통해 루나클래식을 처분하려는 것이다. 국내 루나 투자자의 수가 28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만큼, 거래소들이 보유한 루나클래식 코인 수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마다 출금 가능 기간은 다르지만 대개 1달 정도다. 업비트는 오는 6월 19일까지 출금을 허용하기로 했다. 빗썸은 6월 27일로 그 기간을 정했다. 코인원과 코빗은 각각 6월 15일과 8월 31일까지로 기한을 뒀다. 고팍스는 추후 논의 후 출금 가능 기간에 대해 공지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출금 가능 기간을 정해둔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거래 지원이 중지된 코인은 거래소에서 사용될 수 없는데, 이를 방치한다면 보유자 손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출금 기간을 정해둔 것은 코인에 대한 거래가 완전히 정지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며 “그 기간 내에 처분할 수 있도록 보유자들에게 계속 안내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거래소들이 출금 기간을 정해두는 것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의 소유권을 가진 것은 투자자들인데 거래소들이 코인을 처분할 기간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거래소들이 자기 마음대로 출금 기간을 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증권사가 이런 모습을 보였을 경우엔 그 증권사는 문을 닫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홍 교수는 “거래소들은 소비자 보호를 앞세우고 있는데, 진정 소비자를 위한 길은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위 주장에 동감했다. 박 교수는 “거래소들은 거래로 발생한 막대한 수수료를 취하면서 코인에 대한 상장과 폐지를 자기 마음대로 하지 않나”며 “이와 마찬가지로 출금 기간을 거래소 마음대로 정해두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소비자 친화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소비자들에게 일정 기간을 정해두고 출금을 허락하는 사례는 여태껏 보지 못했다”며 “이는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간에 상관없이 보유자들이 자신의 코인을 처분할 수 있도록 조치가 완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