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사들이 캐릭터 육성에 힘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마케팅에 활용해 인기를 끌었던 ‘라이언’처럼, 잘 만든 캐릭터가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법상 자체 캐릭터로 상품을 만들어도 판매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유명한 캐릭터로는 신한은행의 북극곰 캐릭터 ‘쏠’이 있다. 쏠은 항해자들의 길잡이가 돼주던 별자리인 작은곰자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쏠에겐 리노(공룡)·몰리(두더지)·슈(북극여우)·도레미(펭귄)·루루라라(물개) 등 탐험대 친구들이 있는데,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장서 항해한다는 콘셉트다.
KB국민은행은 ‘스타프렌즈’ 캐릭터를 내세웠다. 스타프렌즈는 키키(토끼)·아거(오리)·비비(곰)·라무(라마)·콜리(브로콜리) 등 5가지 캐릭터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별에서 각자의 꿈을 찾으러 지구에 모인 친구들이라는 콘셉트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각 캐릭터에 은행 비전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캐릭터 ‘위비’는 꿀벌이다. 꿀벌처럼 빠르고 부지런한 은행이 되겠다는 의미다. NH농협금융의 올원프렌즈는 올리(아기공룡)와 원이(어미새)를 필두로, 단지(돼지), 달리(강아지), 코리(코끼리) 등이다. 각 캐릭터는 모바일뱅크의 효익과 간편함, 농협은행의 공익적 가치, 도전과 성장, 고객 신뢰를 상징한다.
금융사들이 자체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배경엔 카카오뱅크의 성공이 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소비자에게 친근한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내세워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또 은행 고유의 캐릭터는 통장부터 금융 상품, 애플리케이션(앱) 디자인 등 어디든 활용할 수 있는 데다가 연예인과 달리 ‘사생활 리스크’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초기엔 은행들이 무작정 캐릭터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통하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상품 및 플랫폼에 활용하면서 최근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은행들은 이모티콘이나 굿즈(기획상품·Goods) 등 자사 캐릭터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할 수 없다. 은행법상 은행업 본질이 아닌 업무는 당국의 부수 업무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캐릭터 상업화를 위한 부수 업무 허가 신청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수익사업을 하는 것으로, 은행들이 자사 캐릭터를 사업화할 때와 달리 규제받지 않는다”며 “수익 때문만이 아니라 캐릭터를 활용해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기 위해선 금융업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