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관련한 정책금융 상품이 큰 인기를 끌며 최근 정책에 대한 체감도가 커졌다고 느낍니다.” -금융권 관계자
청년희망적금, 청년도약계좌 등 정책금융에 대한 2030세대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국가에서 ‘청년’ 한정으로 출시하는 정책금융 상품이 큰 인기를 끄는 현상은 국내외를 통틀어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에는 청년층이 취업과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며 안정된 생활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회적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정부가 내놓은 청년도약계좌(청년장기자산계좌)에 대한 20∼30대의 관심이 크다. 구체적인 상품 설계조차 하지 않았지만 수천 명이 모인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길 정도로 청년층의 기대와 관심을 받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장기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납입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주고 10년 뒤 최대 1억원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계좌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출시했던 청년희망적금은 287만명이 가입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청년희망적금은 1년 만기를 채우면 연 2%, 2년 만기로 저축하면 시중금리를 적용한 이자에 저축 장려금 명목의 지원을 포함해 최대 4%의 이자를 준다.
워낙 큰 인기를 끈 탓에 가입하지 못한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는 청년희망적금을 7~8월 다시 출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희망적금 재개 여부는 관계부처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정책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1970년대 출시된 재형저축의 경우 높은 금리에 비과세 혜택까지 있어 가입자가 늘었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국민소득이 크게 늘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결국 재형저축을 폐지했다.
그러나 다시 정책금융에 대한 호응도가 커지고 있는 것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취업문이 좁아지고 내 집 마련도 어려워지는 등 사회적 문제와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취업부터 어려워진 청년층은 소득이 보장되지 않자 안정적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정책금융에 관심을 보인다는 해석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형저축이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청년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았고 내 집 마련 역시 청년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아니었다”며 “경제가 성장하며 금융자산을 축적해서 결혼을 하고 내 집을 마련하는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하지만 지금은 당장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전 세계적으로 버블 현상 일어나니 우리나라 청년들 사이에서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현상이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게 나타나면서 선제적으로 금융정책 측면에서 청년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안정적이고 높은 금리로 돈을 굴릴 수 있는 곳이 없는 만큼 정책금융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증시나 가상자산,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졌지만 최근 이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졌고 예·적금은 안정적이긴 하나 자산을 증식할 수 있을 만한 금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20~30대가 은행에만 돈을 넣어둬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지났다”며 “그런데 당장 증시나 가상자산이나 하락장이라서 투자할 만한 곳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국가가 저축장려금까지 보태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돕는 건데 청년층한테는 매력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청년금융은 취약계층 금융지원이라는 측면과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측면이 공존하기 때문에 졸업, 취직, 결혼, 육아, 주택구입 등 생애주기에 기반해 금융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를 짊어질 세대인 만큼 위기의식을 갖고 선제적으로 금융정책에서 청년층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